[사설] 부산엑스포 유치 성공해 문화도시 새판 짜자
‘문화 엑스포’ 발판, 도시 매력 알릴 기회
문화 자산 연계 새로운 콘텐츠 개발 시급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지 선정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부산엑스포 유치는 막대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는 범국가적 행사이기도 하지만 문화도시 부산이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업그레이드할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문화는 다른 영역과 달리 그 가치의 지속성이 강력하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엑스포를 치른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가 ‘문화 엑스포’를 발판 삼아 도시의 총체적 매력을 높인 사례가 이를 잘 증명한다. 한국이 이른바 K컬처를 앞세운 소프트 파워로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는 지금이 기회다. 부산은 엑스포 유치 성공을 통해 문화도시의 저력을 세계에 알리고 문화의 미래를 새롭게 밝혀야 할 시점이다.
우선 문화의 힘 자체가 엑스포 유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한국 문화를 아우르는 K콘텐츠는 이미 엑스포 유치전에서 유용한 카드로 활용 중이다. 아직 개최 도시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국가들에게는 문화와 예술 같은 소프트 파워가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카리콤(카리브 공동체) 소속 15개 국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해 막판 악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들 소속 국가가 모두 공식 결정에 따른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예컨대, 이런 국가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문화와 예술만 한 것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거꾸로 월드엑스포 유치로 문화도시가 또 한 단계의 발전을 경험한 사례들도 눈여겨봐야 한다. 파리는 문화도시의 강점을 살려 센 강변에 루브르 박물관·오르세 미술관·에펠탑·오랑주리 미술관 등을 연계한 문화 벨트를 만들었는데, 엑스포 유치를 통해 새롭게 문화 시설을 정비한 결과물들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오페라로 유명한 라 스칼라 극장이 엑스포 기간 동안 거리 공연 등의 다양한 문화 퍼포먼스를 펼친 밀라노도 다르지 않다. 당장 2025년 세계박람회 개최지인 일본 오사카도 1970년 같은 행사를 유치한 경험으로 쌓은 문화적 역량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번에도 다양한 시너지 효과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보인다.
2030부산엑스포 유치가 성사된다면 부산의 산업·경제뿐 아니라 문화 창출의 장으로서 큰 역할을 할 게 분명하다. 부산의 경우 부산국제영화제와 콘텐츠마켓, G스타 같은 문화 행사를 널리 알리고 다시 성장시킬 호기라 할 수 있다.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부산콘서트홀 등 새로운 문화 시설을 세계적인 문화 자원으로 가꾸는 것도 숙제이자 기회다. 부산이 세계적 문화도시로 거듭나려면 영화·영상·게임 분야 외에 새로운 문화 콘텐츠 개발도 절실하다. ‘평화’와 ‘포용’의 도시로서의 정체성, 도심의 문화유산 발굴 및 문화 거점 개발 같은 근본적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기로에 선 문화도시 부산의 열쇠, 엑스포가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