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상징공간·문화자산 발굴은 엑스포가 준 선물이자 과제 [로컬이 미래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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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문화도시 6 에필로그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성당 앞과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글리코상의 모습(위에서부터). 남유정·이우영 기자, 오사카관광국 제공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성당 앞과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글리코상의 모습(위에서부터). 남유정·이우영 기자, 오사카관광국 제공

문화도시. 부산이 거스를 수 없는 길이다. 기존 산업이 힘을 잃어가도 도시를 이끌던 ‘문화’는 쉽게 스러지지 않았다.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필두로 ‘영화·영상도시’로 성장했다면, 새로운 전환점과 미래 먹거리를 활용한 문화도시 도약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 기폭제가 될 2030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 결정까지 열흘이 채 남지 않았다. 결과가 어떻든 부산이 ‘문화도시’로 꾸준히 나아가야 하는 데 이견은 없다. 월드엑스포를 치른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 등은 문화를 발판삼아 도시의 총체적 매력을 높였고, 각종 산업과 연계해 한층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부산의 중요한 카드 ‘K문화’

부산을 포함해 2030 월드엑스포 유치전에 나선 도시들이 막판 총공세에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아프리카 국가 등을 공략하기 위해 ‘오일 머니’를 내세웠다. 이탈리아 로마도 뒷심을 내고 있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지난 9월 말 방문할 당시 도심에서 홍보물 하나 찾기도 어려웠지만, 10월부터 ‘역사도시’인 점을 부각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부산도 한국 문화를 아우르는 ‘K문화’를 중심으로 막판 세몰이에 나서야 한다. 수많은 나라가 벤치마킹할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점을 강조하면, 막판 표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물질적 공세’나 ‘역사적 유산’보다 문화와 예술 등 ‘소프트 파워’가 미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할 수 있어서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국가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갈 수 있다.

앞서 월드엑스포를 연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 등은 ‘문화도시’의 강점을 잘 살렸다. 파리에는 센 강변 일대에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박물관과 에펠탑, 오랑주리 미술관 등을 연계한 ‘문화벨트’가 형성됐다. 월드엑스포를 6번 치르면서 새로운 문화 시설을 세우거나 정비한 결과다.

밀라노는 오페라로 유명한 라 스칼라 극장이 2015년 월드엑스포 기간 거리 공연에 나섰다. 당시 밀라노 두오모(대성당) 앞 광장에서도 개막 기념행사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 공연이 펼쳐졌다. 올해 9월 말에도 두오모 앞 광장에선 노래나 악기 공연뿐 아니라 여러 퍼포먼스를 곳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세계적 문화·예술 중심지인 이 도시들에서도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높다. 홍정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밀라노무역관장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젊은 친구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영화 ‘부산행’으로 널리 알려진 부산은 영화·영상 등 기존 문화 자산을 살리면서 BIFF·콘텐츠마켓·지스타를 포함한 ‘K콘텐츠’를 더욱 널리 알리고 성장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들어설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부산콘서트홀 등 새로운 문화 시설을 아시아를 넘어선 세계적인 문화 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게 체계적인 준비를 할 필요도 있다.

■부산, 세계 문화도시로

부산이 진짜 문화도시로 거듭나려면 새로운 콘텐츠가 필수적이다. 부산 대표 문화 자산을 키울 전략을 세우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오재환 부산연구원 부원장은 “국제 교류에 ‘K컬처’를 강조했다면 이제 부산이 가진 문화 자산을 알려야 한다”며 “영화, 게임 등과 함께 활성화할 문화 콘텐츠를 발굴하고, 산업 기반도 다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산은 ‘평화’와 ‘포용’을 담은 도시의 특징을 보여주면서 정체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이 가진 상징적인 공간과 문화 자산을 발굴해 경쟁력 있는 문화 콘텐츠로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부산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엔기념공원이 있는 도시다. 이달에는 ‘제주 해녀 어업’이 세계주요농업유산에 등재됐는데, 부산은 제주 해녀가 출향 물질을 떠나 처음 정착한 곳이기도 하다. 부산은 역사·문화적인 요소와 현대 기술을 접목한 대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갈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물과 체험 시설 등을 새롭게 갖출 필요도 있다. 2025년 월드엑스포를 여는 오사카엔 월드엑스포 기간 도톤보리 글리코상,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에 많은 방문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글리코상은 일본 마라토너인 카나쿠리 시조를 모델로 만든 캐릭터다. 도톤보리에 LED 조명 14만 개로 설치한 옥외광고는 필수 관광지가 됐다.

부산은 부산 롯데타워 등 새롭게 들어설 랜드마크를 어떻게 만들고 활용할지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세계적인 놀이 문화 시설이나 OTT 체험관 등을 월드엑스포가 열리는 북항 일대에 유치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끝-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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