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서 읽은 ‘표본실의 청개구리’… 무대에서 만난다
누리에, ‘교과서 연극’ 두 번째 작품
오는 23~25일 부산예술회관서 공연
반복되는 일상 탓에 무기력증에 빠진 ‘X’는 신경과민, 불면증을 달고 산다. 하루하루 지겨운 삶 속에서 한때 죽음까지 고민한 그는 친구와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김창억이라는 인물을 만난다. 김창억은 특이하다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3원 50전으로 널빤지를 덧댄 허름한 3층 집을 지어 살았고, 하느님의 명령을 받아 세계 평화를 위한 모임을 조직하겠다며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X는 김창억을 보면서 연민을 느꼈지만 한 편으로는 그의 열정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생각하며 존경심을 품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는 염상섭 작가의 작품 <표본실의 청개구리>가 연극으로 만들어져 무대에 오른다. 극단 누리에는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부산예술회관에서 ‘표본실의 청개구리’ 공연을 처음 선보인다. 연출을 맡은 강성우 연출가가 김경미 작가와 함께 각본을 썼다.
이번 작품은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을 연극으로 제작하는 ‘교과서 연극’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이다. 극단 누리에는 작품성이 뛰어나고 관객에게 친숙한 교과서 속 문학작품을 희곡으로 만들어 공연한다. 지난해에는 어느 기회주의자의 성공과 몰락을 그린 전광용 작가의 단편소설 <꺼삐딴 리>가 연극으로 제작됐다.
100년 전 발표된 작품 속 인물들의 모습과 현대인의 삶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똑같은 일상에 지쳐 권태로운 이들은 오늘도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아다닌다. 극단 누리에 측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경기둔화, 실업률 상승, 대출금리상승 등 경제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 지에 대해 고민하는 현대인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극 ‘표본실의 청개구리’는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3차례(목~금 오후 7시 30분, 토 오후 4시)에 걸쳐 공연이 진행된다. 티켓 가격은 2만 원으로 네이버예약, 인터파크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올해 수능을 친 수험생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공연문의는 극단 누리에(051-621-3573)로 하면 된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