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개특위 논의, 거대 양당제 개혁 취지 충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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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 놓고 여야 공방
민의 제대로 반영하는 선거제 만들어야

21일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21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를 열었다. 지난 7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정의당 등 소수정당을 빼고 구성한 ‘2+2 협의체’ 때문에 밀실담합 논란이 일면서 정개특위는 그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다. 그전까지 정개특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바는 지역구에서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넉 달 만에 겨우 열린 이날 정개특위에서도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을 놓고 서로 날 선 공방만 벌였다고 한다. 총선이 5개월도 안 남았는데 여태껏 선거제 개편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도대체 뭣 하고 있냐는 국민의 질타가 쏟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정개특위에서 국민의힘은 21대 총선 전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의석수와 상관없이 정당 득표율만큼 비례의석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이를 시행하면 지난 총선에서 논란이 됐던 위성정당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의 논리다.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방침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을 얻지 못했을 경우 비례대표에서 일정 의석을 채워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도 고민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는 논란의 소지가 크다. 기존 거대 정당이 지역구는 물론 비례대표 의석까지 대거 차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위성정당 차단 명분보다는 그런 속내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이준석 신당’ 등 이른바 제3 지대 신당 출현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설명도 있다. 민주당에서 일부 국민의힘 주장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하겠다. 겉으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천명하고 있지만 병립형 비례대표제도 손해 볼 게 없다는 계산인 것이다.

여야가 최종 합의에 실패하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된다. 이 경우 거대 양당은 이전처럼 위성정당을 만들어 실리를 챙길 수 있다. 이는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고착화한다는 점에서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마땅히 법적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도 심사숙고해 판단해야 한다. 애초에 여야가 정개특위를 출범시킨 뜻은 승자독식 구조를 뜯어고쳐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지금 여야가 보이는 모습은 그런 취지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기득권을 포기하더라도 정치개혁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하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다. 정치권은 이를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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