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부산 망신 우려된다니
벡스코 임대료 껑충, 예산 부족 발동동
경기장 시설 등 막판 난항, 대책 있어야
내년 2월 부산에서 개최될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개막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준비 과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개막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대회 장소인 벡스코의 시설 임대료가 크게 늘면서 예산 부족 문제가 불거진 탓이다. 이로 인해 대회 준비와 경기 일정마저 빠듯해진 예산에 따라 연쇄적으로 쫓기면서 부실 대회의 우려도 나오는 지경이다. 어렵사리 대회를 유치해 놓고도 정작 운영 실패로 국제적인 망신을 샀던 지난여름 새만금 잼버리 사태의 악몽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 변화가 없다면 대회 개최의 기대 효과는커녕 또다시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해운대 벡스코에서 내년 2월 16일부터 열흘간 진행되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비록 단일 종목의 대회지만, 결코 소홀히 여길 수 없는 행사다. 전 세계 참여 회원국이 단일 종목 중 가장 많은 226개국에 이르는 데다, 대회 개최지로 선정되면 국제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내년 대회에는 남녀 총 80개국의 선수단 1000여 명과 관계자 1000여 명 외에 관람객만 5만 명이 부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으로선 적지 않은 방문객이다. 더욱이 부산은 2020년 대회 유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로 세 차례나 연기된 끝에 결국 대회가 취소된 아픈 경험이 있다. 이후 재도전 끝에 개최권을 따낸 만큼 그 감회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우여곡절 끝에 유치한 대회임을 고려하면 그 준비 또한 순탄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역시 예산이 문제다. 경기장인 벡스코 임대료가 처음 견적 당시 12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치솟았다. 코로나 이후 벡스코 예약이 급증하면서 비용이 덩달아 오른 것이다. 임대료 급증은 시설물 설치와 경기 일정을 매우 촉박하게 하고 있다. 지금으로는 하루 24시간 내내 공사를 해야 일정을 맞출 수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선수단의 숙식, 안전과 보안 등 주요 운영비 역시 줄줄이 줄일 수밖에 없다. 대회의 수준 하락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당장 해법은 정부의 예산 증액인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정부는 눈앞에 닥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원활한 개최를 위해 예산 증액 등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부산에서 열리는, 단일 종목의 대회라고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만일 이번 대회가 제 2의 잼버리 사태처럼 흘러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당사자인 부산시도 정부만 쳐다보고 있지 말고 다른 해결책이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시의 지분이 가장 많은 벡스코의 비싼 임대료 때문에 부산이 유치한 세계 대회가 파행으로 끝난다면 이 또한 참 어이없는 일이 될 것이다. 지금 부산은 엑스포 유치 실패로 분위기가 많이 처져 있다. 이런 때에 세계 대회마저 걱정을 안긴다면 이는 정말 시민에게 못할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