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속 해양 DNA 복원하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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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퇴임 김태만 해양박물관장

“박물관, 유물 안 되려면 혁신을”
현대미술가 10인 전시 큰 호응

3년 임기 만료를 앞둔 김태만 국립해양박물관 관장이 올해 마지막 기획전으로 열리고 있는 '피싱전' 대형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3년 임기 만료를 앞둔 김태만 국립해양박물관 관장이 올해 마지막 기획전으로 열리고 있는 '피싱전' 대형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우리는 해양 민족이고, 우리 DNA는 해양성이다. 반구대 암각화가 증거다. 선조들은 7000년 전 쪽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작살 하나로 고래와 맞짱을 떴다. 우리 안의 해양성을 복원해야 한다.”

한국해양대 교수로 제3대 국립해양박물관 관장에 임명된 김태만 관장의 3년 임기가 17일로 끝이 난다. 퇴임식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해양박물관 상설전시관 앞에서 그를 만났다. 이하 일문일답.

-해양박물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동안의 성과가 궁금하다.

“지난해 기획전시실을 개편했고, 올 상반기 수족관 개편에 이어 상설전시실이 일 년간의 리모델링 작업을 마치고 지난 9월부터 재개방했다. 개관 이후 처음으로 10년 만에 완전하게 정비를 마쳐 박물관다워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사실 박물관은 3~5년마다 상설관을 교체하는 게 관례다. 구체적으로는 전시관 유리를 모두 저반사유리로 교체해 사진 찍기가 좋아졌고, 아르코급 조명으로 바꿔 관람 몰입도를 극대화시켰다. 복도도 전시공간처럼 만들어 전시장과 단절감이 없도록 하는 등 공간 연출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유물을 전시한다고 해서 박물관이 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박물관은 계속 혁신해야 한다.”

-지난 10월에는 박물관에서 동시대 미술 전시인 ‘파란, 일으키다’ 기획전을 열어 다소 의외였다.

“해양 문학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해양 미술도 생각보다 많다. 바다를 단순히 소재나 배경으로 하는 작품보다 바다와 맞서거나 극복하는 해양성에 주목했다. 하지만 해양 미술 전시는 우리 직원부터 설득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래전인 조선시대 그림뿐만 아니라 지금 좋은 작품도 시간이 흐르면 유물이 된다. 뮤지엄과 갤러리를 너무 기계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 강요배, 공성훈, 김종학, 방정아, 김유미 등 현대 미술가 10인의 전시를 실험적으로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6일 동안 유럽 6개 박물관을 방문해 교류를 확대했다는 소식도 신선했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탈피하기 위한 국제네트워크 구축이 목적이었다. 불가능에 가까운 무리한 일정이었지만 빠듯한 예산 상황을 고려해 어쩔 수 없었다. 나를 포함한 직원 5명이 지난 6월 5박 6일 동안 영국·네덜란드·프랑스 등 3개국 4개 도시 6개 박물관을 방문해 교류를 위한 MOU(양해각서)를 맺었다. 렌터카도 대여하지 않고 우버 택시로 다녔지만 고생은 잠시고 성과로 남았다. 영국 그리니치 국립해양박물관은 내년에 세계 최초의 해리슨 항법용 시계를 우리 박물관에 대여하기로 했다.”

-내년 6월이면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이 문을 열어, 국립해양박물관 위상이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시 능력으로 볼 때는 신생 인천박물관이 우리를 뛰어넘을 수 없다. 하지만 인천은 배후 인구가 2500만 명이 넘어 부산보다 여러 조건이 나을 걸로 본다. 우리는 해양 종합박물관이고 인천은 항해·해운·물류에 특화된 전문박물관으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와 차별화가 거의 안 된다.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 관련 박물관·과학관·전시관 등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국립해양박물관이 중추 관리기능을 갖도록 해야 하는데, 해수부가 의지를 보이지 않아서 아쉽다.”

-끝으로 퇴임하는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3년이라는 잠깐 동안 소풍 나왔던 느낌이다. 평소 생각하던 해양 관련한 인문·문화·예술을 전시 형태로 연출해서 구현했던 독특한 경험이 기쁨이었다. 이제 학교로 돌아가 정년까지 남은 3년간 본업인 연구와 교육에 충실하겠다. 그 뒤에는 작은 책방을 열어 사랑방 역할을 했으면 한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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