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그럼에도, 사랑해야겠다
그럼에도, 사랑하라 / 서창덕
인간은 누구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동시에 가진다.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 주인공 찰스가 예술에의 열정과 세속의 쾌락을 동시에 추구했던 것처럼. 찰스는 고귀한가. 아니면 구차한가. 하나로 단정짓기 쉽지 않다. 누구나 그렇다. 그러나 마치 기어를 바꿔넣듯 한쪽 끝에 있는 욕망만을 추구하다 어느날 갑자기 전혀 상반된 욕망을 찾아 삶의 방향을 반대로 돌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30년 동안 은행에서 가장 세속적인 가치를 추구했던 저자는 어느날 홀연히 사표를 던지고 북인도 히말라야의 끝 리시케시로 떠난다. 돈(비록 화폐의 단위가 ‘펜스’는 아니었겠지만)을 세던 손을 훌훌 털고, 달을 좇아 나선 셈이다. <그럼에도, 사랑하라>는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난 한 수행자의 이야기다.
나를 찾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신을 찾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내가 보는 영혼이 바로 내 안의 신이며, 내 안에 빛나는 신이 내 밖에 있는 보편적인 신과 연결되고 결합한다. 나를 찾으려다 신을 만나고, 신을 찾으려다 나를 만난다. 저자의 경우는 어떠했을까. 그가 신을 찾으려다 자신을 찾았든, 자신을 찾으려다 신을 만났든, 굳이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히말라야로 찾아간 진리가 바로 본인의 내면 속에 있었다니, 속세를 사는 범부의 좁은 눈으로 볼 땐 다소 허무하다.
그러나 떠나지 않으면 현재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시도가 중요하다. 당장 그것만으로도 저자의 삶이 오늘도 출근길 버스에 앉아 꾸벅꾸벅 졸던 나의 삶보다 풍요롭게 느껴진다. 책을 읽다보면 문득문득 부럽다. 사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나라는 인간도 그다지 미덥지 않다. 그럼에도, 사랑해야겠다. 서창덕 지음/이정서재/312쪽/1만 8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