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과 신진, 실력파 두 첼리스트 리사이틀 ‘주목’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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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부산시향 첼로 수석 이일세
19일 부산 출신 이강현 첼리스트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서 2색 연주

첼리스트 이일세. 아트뱅크코레아 제공 첼리스트 이일세. 아트뱅크코레아 제공

사람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음색. 흔히 첼로를 설명할 때 쓰는 이 한 마디는, 그만큼 첼로가 편안하면서도 중후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다. 그래서 많은 이는 첼로 곡을 들으면서 위안을 얻는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어느 첼리스트가 말했다. 악기가 소리를 내는 데는 비움의 미덕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게 무슨 의미냐고 재차 물었더니 “속이 찼다고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비어 있기 때문에 울리는 것”이란다. 즉, 비워야 울림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울림과 비움, 따뜻함과 중후함이 기대되는 두 첼리스트의 리사이틀 무대가 열린다. 두 연주자의 연배도 차이 나고, 프로그램 구성도 전혀 다르지만 각자 개성이 묻어난다. 한 사람은 아주 젊고, 다른 한 사람은 아주 노련하다. 부산시향 첼로 수석 이일세(45) 첼리스트와 독일 유학 전 국내 평론가들이 선정한 ‘올해의 신인’으로 주목한 이강현(29) 첼리스트이다.


이일세 첼로 리사이틀 ‘모던 타임즈(Modern Times)’ 포스터. 이일세 첼로 리사이틀 ‘모던 타임즈(Modern Times)’ 포스터.

이일세 첼로 리사이틀 ‘모던 타임즈’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 최연소로 입학해 전문 연주자과정과 최고 연주자과정을 마친 뒤 지난 2014년 부산시향에 합류한 이일세는 음악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부산시향 연주뿐 아니라 독주회, 앙상블 활동도 열심이다. 그래서 그가 음악회를 연다고 하면 “이번엔 어떤 콘셉트로, 무슨 곡을 연주할 것인가’가 궁금해진다.

이번 공연은 찰리 채플린의 유명한 무성영화 제목 ‘모던 타임즈’를 빌어 왔다. 준비된 곡은 총 5곡이다. 이일세는 “영화 속에서는 문명의 발달이 현대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익살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이 부분에 영감을 얻어 아직 시도해 보지 않았던 근현대 작품을 이해하기 쉬운 해설과 함께 청중들께 소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에스토니아가 낳은 20세기의 위대한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거울 속 거울’이 첫 곡이다. 첼리스트 본인이 태어나던 해인 1978년 작품이다. 선곡 이유가 재미있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그 속에 있는 또 다른 나의 과거 그리고 미래의 모습에 의미를 두고 첫 곡으로 선정했습니다.”

두 번째 작품인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한오백년’ 민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우리에게 익숙한 민요 ‘한오백년’을 피아니스트 김정권 부산대 교수가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 형식으로 바꾸었다. 2013년 미국 뉴욕에서 초연했고, 부산 연주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 번째 ‘무반주 첼로를 위한 6개의 변주곡’은 폴란드 작곡가 비톨드 루토슬라프스키가 1975년 작곡한 무반주 첼로 곡이다. 이날 연주곡 중에선 가장 현대적인 작품이다. “현장 해설을 통해 작품 의도를 자세히 전달하며 편안한 감상이 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네 번째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탱고 음악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작곡한 ‘위대한 탱고’를 들려준다.

마지막은 마리오 카스텔누오보 테데스코의 ‘피가로’이다. 이 작품은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에 수록된 유명한 아리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곡으로, 연주자가 실제 노래도 할 만큼 흥미롭다. 피아노는 부인인 박지은이 함께한다. ▶20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챔버홀. 전석 2만 원(학생 50% 할인).


첼리스트 이강현. 아트뱅크코레아 제공 첼리스트 이강현. 아트뱅크코레아 제공

이강현 첼로 리사이틀

이강현은 부산에서 중학교까지 졸업하고 서울예고로 진학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독일 뤼벡 국립음대 석사과정과 최고 연주자과정을 마친 뒤 군대를 다녀오느라 잠시 공백이 있었다. 지난 7월 군 제대 후 처음 여는 독주회이다. 18일 서울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연주하고, 바로 다음 날 부산을 찾는다. 앞으로 한국에서 활동을 이어 나갈지, 해외로 다시 나갈지 여부는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강현은 일찍이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 한국일보 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서울청소년실내악 콩쿠르 대상, 중앙음악 콩쿠르 1위를 수상했다. 금호 영 아티스트 독주회, 크누아 시리즈 독주회 등 수차례 국내에서 독주회를 가졌고, 금호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 크누아 첼로 앙상블, 도쿄 예술 대학교 실내악 초청 연주 등 다수의 실내악 연주도 했다.

지난 2014년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기획한 ‘라이징스타’ 솔리스트로 발탁돼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을 협연했다. 2017년엔 제80회 조선일보 ‘신인 음악회’에 출연해 평론가들이 선정한 ‘올해의 신인’을 수상했다. 또한 프랑스 루이비통재단과 첼리스트 고티에 카푸송이 이끄는 첼로 마스터 클래스에서 2018/2019 시즌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부산 무대에서 선보일 곡은 슈만의 오보에와 피아노를 위한 3개의 로망스, 베토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2번 사단조와 제5번 라장조, 라흐마니노프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사단조 등 4곡이다. 베토벤 작품이 두 곡이나 포함되었지만, 초기와 후기 작품으로 구분했다.

협연하는 피아니스트는 독일 유학 시절 자주 함께 연주하던 일본 태생의 요코 쿠와하라이다. 이번 음악회를 위해 특별히 초청했다. 이강현은 “리사이틀이라고 해서 첼로 독주회를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첼로 독주회보다는 첼로와 피아노 모두가 중요한 작품을 청중에게 들려주기 위해 피아니스트 선정에 많은 공을 들였다”며 “두 악기의 앙상블을 즐겨 달라”고 말했다. ▶19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챔버홀. 전석 2만 원(학생 50% 할인).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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