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힘 한동훈 비대위원장 선임 전망… 국민 눈높이 맞나
집권 이후 세 번째 비대위 체제 구성
수직적 당정 관계 혁신할 인물 찾아야
국민의힘이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를 이번 주말까지 지명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3일 김기현 전 대표의 전격 사퇴 직후부터 중진연석회의와 비상의원총회,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까지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현재까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당 안팎에서 격렬하게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친윤(친윤석열)계는 높은 대중적 인지도, 비정치인 출신의 참신함을 바탕으로 대야 정면 승부를 위해 한 비대위원장 추대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벌써 한 위원장 인선에 대해 여론조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2년도 안 돼 ‘주호영 비대위’, ‘정진석 비대위’에 이은 세 번째 비대위 체제는 국민의힘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가 산적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추대와 관련해 비주류를 중심으로 비판도 거세다고 한다. 비상의원총회 등에서 ‘윤 대통령의 아바타’라는 지적에서부터 ‘대통령실에 끌려가는 모습이 비치면 총선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현실론까지 쏟아지는 실정이다. 사실상 당 대표 역할을 하면서 내년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등을 구성해야 하는 비대위원장에 정치를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현직 장관 신분인 사람을 곧장 투입하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요동치는 집권 여당에 국정을 맡길 수 있을지, 보는 국민마저 불안할 정도다.
국민의힘은 1년여 사이에 왜 세 번째 비대위가 필요한지 스스로 따져봐야 한다. 대통령과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용산 2중대‘를 자처해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제어하지 못한 탓이 가장 크다. 그로 인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대패’, ‘월드엑스포 유치 실패’ 등 연이은 판단 실수와 지지율 하락 사태가 불거진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대통령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한 국정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당 체제이다. 또한, 4·10 총선을 앞두고 국가 경쟁력을 위한 공정하고 미래 지향적인 공천이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적임자를 골라야 한다”라는 당 대표 권한대행의 말을 실현할 인물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
시간은 국민의힘 편이 아니다. 내년 1월 10일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해야 하는 상황에서 갑론을박할 여유조차 없다. 검찰 출신으로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 속에서 평생을 성장하고 성공한 한동훈 장관이 수직적 당정 관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자문해야 한다. 여야의 극한투쟁에 빠져 시간만 허비할 것이 아니라, 협치와 협력으로 국가 경쟁력을 올릴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당정 관계와 국정 시스템을 쇄신할 수 있는 신망 있는 인사를 찾아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면 정치 혁신도 국민적 지지도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이 민심을 얻는 첫 단추가 무엇인지 유념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