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 예술인 협업 ‘창작공간 두구’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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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힘으로 사회 변화 꿈꿔”
전국 최초… 8명 예술가 상주
다양한 창작 활동·소통 도움

전국 최초의 '포용예술' 공간을 표방하며 문을 연 '창작공간 두구'에서 장애·비장애 예술인 8명이 상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오후 심승보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전국 최초의 '포용예술' 공간을 표방하며 문을 연 '창작공간 두구'에서 장애·비장애 예술인 8명이 상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오후 심승보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다른 사람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심승보 작가) “집에 있으면 신경 쓰이는 게 많은데 여기선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황성제 작가) “다른 공간과는 확실히 차별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곳은 혼자 작업하는 공간으로 자기 작업실의 연장이지만, 여긴 (장애 예술인과) 같이 하니까요. 장애·비장애 예술인을 아우르는 협업 공간은 국내서도 보기 드문 사례일 겁니다.”(신수항 작가) “이런 공간과 프로그램을 마련해 준 부산문화재단에 감사드립니다. 다양성이나 포용성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점점 나아지기를 기대합니다.”(신현채 작가)

지난 21일 ‘창작공간 두구’ 개소식에서 만난 입주작가들의 이야기다. 이날 부산문화재단은 장애 예술인 4명과 비장애 예술인 4명 등 총 8명이 함께 작업할 수 있는, 협업 공간 ‘창작공간 두구’를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하면서 전시, 작가와의 대화, 워크숍, 오픈 스튜디오 행사를 함께 진행했다. 입주 작가는 김은지, 신수항, 신현채, 심승보, 이은혜, 임이정, 오정민, 황성제이다. 이들은 8곳의 공간에 상주하면서 내년 4월까지 작업을 이어 간다.

전국 최초의 '포용예술' 공간을 표방하며 문을 연 '창작공간 두구'에서 장애·비장애 예술인 8명이 상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황성제 작가 작업실 모습. 황 작가 작품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1점씩 국립현대미술관에도 소장됐다. 김은영 기자 key66@ 전국 최초의 '포용예술' 공간을 표방하며 문을 연 '창작공간 두구'에서 장애·비장애 예술인 8명이 상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황성제 작가 작업실 모습. 황 작가 작품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1점씩 국립현대미술관에도 소장됐다. 김은영 기자 key66@
황성제 작가 작품으로 만든 다양한 굿즈들. 김은영 기자 key66@ 황성제 작가 작품으로 만든 다양한 굿즈들.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해 12월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은 예술인 창작공간 운영을 위한 사무 계약을 체결하고, 올 2월 스포원의 행정재산 사용 수익 허가에 따라 2023년 2월부터 향후 5년간 임대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뒤 공사를 진행해 지난 9월 준공에 이르렀다. 물론 예기치 못한 석면 제거라든지 장애인 화장실 추가 등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다소 지체됐지만, 전국 최초의 포용예술(혹은 포용적 예술·Inclusive Arts) 공간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공간은 연면적 704.46㎡(약 213평) 규모로, 작가 창작공간 8실, 다용도실, 라운지, 장애인 화장실 등을 갖췄다. 기존 창작공간과 달리 장애 작가, 시민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배리어프리, barrier free) 예술인 창작 환경으로 조성됐다. 부산문화재단이 지난 2020년 수영구 망미번영로 일대 비콘그라운드 한쪽에서 개관한 부산 최초의 ‘장애 예술인 창작공간 온그루’와 다른 게 있다면 이곳은 장애 예술인뿐 아니라 비장애 예술인도 함께한다는 점이다.

전국 최초의 '포용예술' 공간을 표방하며 문을 연 '창작공간 두구'에서 장애·비장애 예술인 8명이 상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사진은 신현채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전국 최초의 '포용예술' 공간을 표방하며 문을 연 '창작공간 두구'에서 장애·비장애 예술인 8명이 상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사진은 신현채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창작공간 두구 입주작가 신현채는 “저는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셰이드신이라는 필명으로 작가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소통을 원하지만 잘하지 못했다. 저는 자폐성을 가진 특별한 사람이 아닌, 누구보다 삶을 사랑하고 열심히 살아내는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러므로 저의 장애가 더 이상 저를 규정짓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작가 소개에 적었다. 실제 오픈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나자, 자신의 작업을 그 누구보다 또박또박 자신 있게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람들이 너는 장애가 뭐냐고 물어보면 현재 내 머릿속에 든 걸 사람들이 하나도 못 알아듣고, 나도 똑바로 말하지 못해 이 모든 삶 장애라고 이야기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전국 최초의 '포용예술' 공간을 표방하며 문을 연 '창작공간 두구'에서 장애·비장애 예술인 8명이 상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신수항 작가 작업실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전국 최초의 '포용예술' 공간을 표방하며 문을 연 '창작공간 두구'에서 장애·비장애 예술인 8명이 상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신수항 작가 작업실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신현채 작가와 짝을 이뤄서 협업을 신수항 작가는 “특별히 한 게 없다”면서 “그저 함께 밥 먹고, 산책하고, 서로가 고민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신수항 작가는 또 “제가 이번에 창작공간 두구에 입주해서 가장 좋았던 건, 신현채 작가를 만난 것”이라면서 “협업 파트너로서 이야기하다 보니 저도 비슷한 고민이 있다는 걸 알았고, 그 고민을 같이 해결하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말로는 설명이 어려운, 포용공간이 주는 장점인 듯했다.

전국 최초의 '포용예술' 공간을 표방하며 문을 연 '창작공간 두구'에서 장애·비장애 예술인 8명이 상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오후 창작공간 두구 테이프 커팅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전국 최초의 '포용예술' 공간을 표방하며 문을 연 '창작공간 두구'에서 장애·비장애 예술인 8명이 상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오후 창작공간 두구 테이프 커팅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개소식 직후 작가들과 주요 내빈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은영 기자 key66@ 개소식 직후 작가들과 주요 내빈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은영 기자 key66@

개소식에 참석한 부산시 김기환 문화체육국장은 공간을 들러보고선 감탄했다. “이전에도 여러 번 이 공간에 와 봤지만, 마법처럼 바뀐 걸 보고 반가웠어요. 특히 지난해 ‘온그루’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좀 더 많은 창작공간의 필요성과 장애·비장애인이 같이 할 수 있는 연결의 장이 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온 뒤 구체화하고 실현된 것이어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요.”

부산문화재단 이미연 대표이사는 “‘온그루’를 개소하고, 시간이 지나서 포용예술과 다양성 예술을 지향하는 콜렉티브 공간을 열게 되었다는 것이 뜻깊다”고 강조한 뒤 “향후 여러 예술가에게 문을 열어 이곳에서 다양한 창작과 소통이 일어나고, 예술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표이사는 공간 임대에 적극 협조해 준 부산시설관리공단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이 공간을 통해 보다 포용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산시설공단 백운현 감사도 “스포원이라는 피지컬한 공간에 문화예술 창작 공간이 들어와서 더욱더 조화로운 공간이 되는 듯하고, 특히 젊은 분들 또한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함께한다는 게 의미 있게 다가온다”며 “앞으로도 문화예술 공간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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