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오디토리움이 만드는 각양각색의 서사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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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Mioon) ‘오디토리움(템플릿 A-Z)’

뮌(Mioon) '오디토리움(템플릿 A-Z)'.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뮌(Mioon) '오디토리움(템플릿 A-Z)'.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동갑내기 부부인 뮌(Mioon, 김민선+최문선)의 ‘오디토리움(템플릿 A-Z)’은 입체, 키네틱, 설치, 어디로 분류해야 하는지 전통적 구분법으로는 애매한 작품이다. 아니다.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여 복합 기능을 가진 ‘뉴-미디어’라는 새로운 장르를 지향하는 부산현대미술관 소장작품으로 적절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작 형식과 구성부터 알아야 수월할 듯하다.

‘오디토리움’이라는 말은 공연장이라는 뜻이다. 높이가 4m인 직사각형 캐비닛 5개를 원형 공연장처럼 둥글게 설치한다. 각 캐비닛은 하나 혹은 여러 개의 무대공간이 된다. 캐비닛은 8단으로 나뉜 공간이므로 각단마다 다른 공연을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제 사각 파이프로 구성된 캐비닛은 뒷면을 제외하고는 뿌연 아크릴로 마감했다. 뒷면은 감상자들이 속을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아예 마감하지 않았다.

각 단에는 작가들이 여행을 다니며 수집한 물건을 넣어둔 것이다. 그 물건들은 갖가지 사연과 추억, 희망과 슬픔이 담긴 기억 대체물이다. 이렇게 기억 대체물인 물건을 모터로 돌아가는 회전판 위에 부착한다. 그리고 그 뒤에 작은 LED 조명을 달아 전면과 측면에서 그림자가 비치도록 구성한다. 그림자는 바로 보이기도 하고, 왜곡되기도 하게끔 조명 위치를 조정한다. 이제 회전판이 돌아가면 아크릴에 비친 그림자가 마치 그림자놀이를 하는 원형극장처럼 상영된다.

이제 8단으로 구성된 것이 5개 캐비닛에서 40개 이상의 이야기가 상영되는 극장이 건축되었다. 그룹 뮌은 이 캐비닛 극장에 자신들이 수집한 기억 대체물로 각양각색의 서사구조를 입힌다. 개인과 집단, 사회적 혹은 문화적 기억을 담고 있을 기억의 담지체인 물건이 작가들에게 각색되어 이제 바라보는 관람자 개인의 서사로 바뀌게 된다. 관람자는 아크릴에 반영된 그림자를 보면서, 뒷면에 수집된 물건을 보면서 자신만의 서사를 구성하고, 부연하고, 설명하면서 창조를 경험하게 된다.

개인 서사를 창조할 기회를 ‘오디토리움(템플릿 A-Z)’으로부터 관람자가 받은 것이 이 작품의 진정한 의미이고 가치일 것이다.

김경진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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