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알짜 통영 매물도 항로 여객선마저 잠정 운항 중단…어쩌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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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저구~통영 매물도 2일부터 휴업
코로나19 팬데믹 누적적자 해소 안돼
대다수 선사 경영난 심각 도미노 우려
도서민 이동권 보장 세밀한 지원 절실

거제시 남부면 저구항에서 통영 매물도를 오가는 매물도해운(주)가 여객선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 기간은 2024년 1월 2일부터 2월 29일까지, 사유는 ‘경영악화’다. 저구항에 발이 묶인 매물도해운 소속 여개선 2척. 김민진 기자 거제시 남부면 저구항에서 통영 매물도를 오가는 매물도해운(주)가 여객선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 기간은 2024년 1월 2일부터 2월 29일까지, 사유는 ‘경영악화’다. 저구항에 발이 묶인 매물도해운 소속 여개선 2척. 김민진 기자

“배까지 팔았는데도 더는 버틸 재간이 없네요.”

경남 남해안 정기여객선 항로 중에도 알짜로 손꼽히는 매물도 운항 선사가 새해벽두부터 휴항에 들어간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쌓인 적자가 엔데믹 이후에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아 직원 월급조차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는 이유다. 대다수 여객선사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실에 폐업 도미노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31일 해양수산부 마산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거제시 남부면 저구항에서 통영 매물도를 오가는 매물도해운(주)가 지난 26일 휴업 신청서를 냈다. 기간은 2024년 1월 2일부터 2월 29일까지, 사유는 ‘경영악화’다.

저구 뱃길은 매물도에 닿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자, 몇 안되는 수익 항로다. 매물도해운 김종대 대표는 “코로나가 터진 2020년 이후 쌓인 적자만 15억 원이 넘는다. 주주 차입금에 해양진흥공단 대출도 부족해 지난해 예비 여객선까지 팔아 근근이 버텼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일단 기한은 정했지만, 지금으로선 그때가서 재개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직원 9명도 무기한 휴직하기로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정부가 여객선사 경영난을 해소하려 한시적 지원(운항결손금의 20%), 준공영제 확대(결손금 일부나 전부 보전)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매물도해운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했다. 섬 주민 승선 비율이 10% 미만인 뱃길은 ‘관광항로’로 분류해 각종 지원사업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매물도해운 도서민 비율은 1% 남짓이다. 그러나 고정 수요가 없는 만큼 코로나로 인한 타격은 더 심각했다. 실제 코로나 유행이 정점이던 2021년 연안여객선 매출 감소율을 보면, 관광항로는 전년 동기 대비 29%로 일반항로 21%보다 높았다.

거제시 남부면 저구항에 발이 묶인 매물도해운 소속 여객선 2척. 김민진 기자 거제시 남부면 저구항에 발이 묶인 매물도해운 소속 여객선 2척. 김민진 기자

김 대표는 이를 근거로 관광항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정부는 뒷짐만 졌다. 그러다 올해 들어서야 이 기준을 없앴다. 덕분에 매물도해운도 ‘2024년 연안여객선 안정화(준공영제 확대)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앞으로 발생할 적자에 대해서만 보전해 주는 탓에 매물도해운처럼 당장이 급한 선사에겐 실효성이 떨어진다. 손실 보전도 순수 운항경비만 따져 산정한다. 총 10억 원 적자 나면 6억 원만 인정해 그중 70%만 지원해 주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직원 월급은커녕 유류비도 없어 배를 달아 묶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마산청은 휴업 신청서 수리 여부를 고민 중이다. 마산청 관계자는 “선사 사정도 알고, 대체 교통편이 있어 완전히 단절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승인할 순 없다”고 했다. 운항 중단에 따른 이용자 불편은 물론, 인접 지역 경제에 미칠 악영향까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거제시와 통영시에 의견 조회를 요청해 놨다. 필요시 휴업을 막기 위해 지자체가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면서 “회신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통영운항관리센터 제공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통영운항관리센터 제공

문제는 매물도해운처럼 경영난에 허덕이는 선사가 한, 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통영운항관리센터 자료를 보면 경남권 여객선 이용자는 2017년 231만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코로나 대유행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2020년 159만여 명으로 급감했다. 이후 2022년 4월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191만여 명으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2023년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유가, 고물가가 겹치면서 원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36.8% 급등했다. 이로 인해 경남을 연고로 하는 여객선사 9곳이 불과 2년 사이 4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떠안았다. 경영난을 견디다 못한 선사 2곳은 아예 문을 닫았다.

김학범 한국해운조합 경남지부장은 “국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손해를 보더라도 운항해야 하는 정기여객선은 경영 위기가 불가피하다. 최악의 경우, 폐업으로 항로가 아예 끊어질 수도 있다”면서 “안팎의 불확실성을 상쇄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이고 세밀한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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