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피습, 민주주의 위협 ‘정치 테러’는 안 된다
2일 가덕신공항 부지 방문 중 흉기 찔려
국민들 경악, 극단적 대결 정치 바꿔야
4·10 총선이 치러지는 갑진년 새해 이튿날 부산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습격당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대표는 2일 오전 부산 가덕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차량 쪽으로 이동하던 중 인파를 비집고 접근한 범인에게 목 부위를 습격당해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임시 처치를 받은 이 대표는 다시 서울대병원으로 후송됐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민들은 ‘정치의 해’인 2024년 벽두에 자행된 ‘정치 테러’에 경악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행위는 어떤 경우라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모든 국민의 마음이다.
여야 정치권도 일제히 이번 테러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당사자인 민주당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 윤석열 대통령은 “용납하지 못할 폭력 행위”라고 각각 비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이의가 있을 수 없는 언급이다. 최고의 민주주의 행사인 총선이 임박한 때에 이 같은 테러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가장 저급한 행위이다. 그 피해는 국민은 물론이고 정파적 이해가 첨예하게 갈린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다. 일단 지금으로선 구구한 억측이나 유언비어를 막기 위해서라도 사법기관의 신속·엄정한 수사가 긴요하다. 즉각적인 수사 결과 공개는 말할 것도 없다.
범인의 범행 동기는 앞으로 사법기관의 수사에서 밝혀지리라 본다.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는지, 아니면 단순 범행인지에 따라 그 파장도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사건이 그동안 여야 정치권이 직·간접적으로 조장한 증오와 분열의 정치가 낳은 소산이라는 주장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박근혜 대표의 피습, 2022년 3월 대선 때 송영길 대표의 둔기 피해 등에서 보듯이 극단적인 진영 대결의 정치가 완화되기는커녕 갈수록 더해만 가고 있다는 점이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꼽힌다. 외신도 이를 지적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치권이 숙고해 봐야 할 일이다.
최대의 정치 행사인 총선이 9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때에 이번 사건이 벌어지면서 여야는 지금 내부적으로 한창 정치적인 이해 계산이 분주하리라고 생각된다. 벌써 민주당 내에서는 총선 사령탑 교체를 비롯해 이낙연 신당의 추진력 약화 등 여러 얘기가 나온다. 여당도 피습 책임 등 향후 예기치 않은 돌출 상황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지상 과제인 총선 승리를 양보할 수 없는 여야의 입장에선 걱정되는 부분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여야가 극단적인 대결 정치로 일관하면 선거 과정에서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매우 염려된다. 정치 풍토를 바꾸는 일은 정치권의 몫이다. 이를 방치하면 우리 민주주의의 장래도 어두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