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응급처치한 부산대병원 주치의는 이송 반대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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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브리핑, 지역 의료계 자존심 건드렸다며 흥분
지역의료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민낯 드러내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빠르게 수술할수록 좋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직후 그를 진료한 부산대병원 외상외과 김재훈 교수는 4일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이 대표의 서울 이송을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주치의 역할을 했던 김 교수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도착했을 때에는 지혈이 잘 되어 있었고 혈압도 정상이었다. 혈관에 혈전이 꽉 차 있었고 그것 때문에 다행히 추가 출혈이 없었다”고 초기 상황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처음에는 혈전이 막아주면서 출혈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혈전이 돌아다니면서 혈관을 막을 수도 있어 빠르게 수술할수록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동료의사들과 급히 응급수술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김재훈 교수 부산대병원 김재훈 교수

당시 현장에는 김 교수 외에 외상외과 2명, 응급의학과 2명, 흉부외과 1명, 신경외과 1명 등 총 7명의 교수가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혈관재건술을 위해 흉부외과가 필요했고, 신경손상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신경외과 의료진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서울 이송 결정이 내려졌다.

김 교수는 “여기서 당연히 수술을 할 것으로 알고 기다렸는데 의외의 결정이었다. 우리가 서울 이송을 요청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서울 이송을 반대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이송 도중에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상 부위의 혈전이 떨어지면 대량 출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장거리 이송은 환자 입장에서 위험한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권역외상센터에 들어온 환자가 진찰 결과 경증이어서 2차 병원으로 옮긴 적은 있지만 중증환자가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당시 환자는 의식이 있는 상태여서 ‘수술이 필요하다, 늦으면 악화될 수도 있다’는 설명을 이 대표 본인에게도 했고, 보호자 측에도 충분히 설명을 드렸다”고도 했다.

외상센터 도착 당시 환자 상태를 확인해 보니 내경정맥 손상이 의심됐다. 김 교수는 “우리가 맨날 하는 수술이다. 이곳에 오는 외상 환자들 대부분이 혈관이 찢어지고 출혈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저희가 거뜬히 해 낼 수 있는 수술이라 생각했다”며 현장에 있는 의료진 모두가 서울 이송 결정에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재명 대표는 서울로 전원돼 수술을 마쳤다. 그러나 수술 후 서울대병원 측이 수술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지역 의료계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 때문이었다.

서울대병원 민승기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수술 경위에 대해 “목 정맥이나 목 동맥의 혈관 재건술은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다. 수술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라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아들여 이송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산대병원에서 조치가 안 되고,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 서울대병원으로 보낸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에 부산대병원은 공식 입장을 내고 즉각 반박했다.

김 교수도 “부산대병원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술이었다. 우리보다 이런 환자를 많이 받는 곳은 전국에 몇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교수들 사이에서도 서울대병원 브리핑을 듣고 난 후 분노를 쏟아냈다. “이게 무슨 말이냐” “다 할 수 있는데, 왜 수술 못하는 병원인 것처럼 브리핑을 하느냐”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실제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하는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4년 연속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은 바 있다.

당시의 서울 이송 결정에 대해 김영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치료가 도저히 안되는 경우가 아니면 의학적 측면에서 외부 이송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가족들이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겠다고 결정을 해서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운 부산대병원장 정성운 부산대병원장

정성운 부산대병원장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의료진은 ‘멀리 이송하는 것은 위험하다. 여기서 수술하시라’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 그러나 환자 측 입장을 수용해 서울로 이송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병원장은 “서울대병원의 브리핑을 듣고 경위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대병원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는 문자만 받았을 뿐 정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이런 말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이 지역 의료의 마지막 보루라고 믿고 있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이송을 막았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정 병원장은 “그럴만한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환자 가족의 수술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라 우리 입장을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부산의사회도 이날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 버린 민주당의 표리부동한 작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부산시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먼저 예기치 못한 테러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당한 이재명 대표의 쾌유를 기원하며,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면서도 “부산대병원에서 1차 응급조치가 이뤄진 이후 민주당 지도부가 보여준 이중적이며, 특권의식에 몰입된 행동에 지역의료인들은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했다.

부산의사회는 “환자의 상태가 아주 위중했다면 당연히 지역 상급 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 받아야 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헬기가 아닌 일반 운송편으로 연고지 종합병원으로 전원했어야 마땅하다”며 “이것이 국가 외상 응급의료 체계이며, 전 국민이 준수해야 할 의료전달체계이다. 그러나 전국 최고 수준의 응급외상센터에서 모든 수술 준비가 다 되었음에도 병간호를 핑계로 몇 시간을 허비해 가며 수도권 상급 종합병원으로 이송했다”고 했다.

부산의사회는 “지방 의료 붕괴와 필수 의료 부족의 해결책으로 ‘지역 의사제’와 ‘지방 공공의대 설립’을 입법 추진한 민주당 스스로가 ‘우리나라 지역의료 문제의 실체’를 전 국민에게 생방송함으로써,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증명해 보였다”며 “특히,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잘하는 병원에서 해야 할 것 같다’고 하며, 의료기관을 서열화하고 지방과 수도권을 ‘갈라치기’ 했다. 이러고도 민주당이 지방 의료 붕괴와 필수 의료 부족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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