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법조인 공관위원장 선택한 국힘…한동훈식 ‘물갈이’ 수순?
여의도 접점 없는 판사 출신 정영환 고대 로스쿨 교수 공관위원장 내정
결국 한동훈 비대위가 공천 주도적 이끌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해석
비영남·세대교체 의지 보인 한 위원장 도덕성 잣대로 대대적 물갈이 전망
국민의힘 4월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에 결국 판사 출신인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4·사법연수원 15기)가 내정됐다. “법조인 말고는 일할 사람이 없느냐”는 당 안팎의 비판 속에 검사 출신 비상대책위원장, 판사 출신 사무총장에 이어 공관위원장까지 법조인이 차지하면서 이번 총선 공천의 방향성에 대한 관측도 분분하다.
앞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5일 경기 수원 경기도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교수의 공관위원장 내정 사실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공정한 법 연구로 유명하고 좌우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 판단으로 설득력 있고 공정한 공천을 맡을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강릉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뒤 1989년 부산지법 울산지원 판사로 임관해 서울고법 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역임한 후 2000년부터 모교에서 법대 교수를 지냈다. 한국민사집행법학회장을 지내는 등 민사법 분야 권위자로, 지난해 11월 대법원장 인선 과정에서 대법원장 후보군으로도 검토된 바 있다.
법조계에선 정 위원장의 발탁 배경과 관련,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을 지냈던 2022년 5월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 훼손”이라며 강력히 반대해온 것을 윤석열 대통령이 눈여겨봐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이나 한 위원장과는 사적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까지 정치권과는 인연이 없었던 정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을 맡은 데 대해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이 공천에서도 ‘그립’을 세게 쥐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인선이라는 말이 나온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김문수(18대) 이한구(20대) 김형오(21대) 등 당내 사정을 잘 아는 정치인 출신들이 공관위원장을 맡았을 때 자기 색깔을 강하게 드러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힘 있게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정도의 공관위원장 인선은 아닌 것 같다”며 “한 위원장과 친윤 핵심의 공천 구상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공관위가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론과 공천 분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비정치인 공관위원장이 낫다는 긍정론이 엇갈린다.
비대위와 당직 인선에서 ‘비정치인·비영남’을 중용하며 ‘세대 교체’ 의지를 분명히 한 한 위원장은 이번 공관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리걸 마인드(법률적 사고)’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 위원장이 법 위반 전력 등 엄격한 도덕성 기준을 내세워 영남 등에서 대폭적인 ‘현역 물갈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한 위원장은 오늘 10일 오후 1박2일 일정으로 부산을 찾아 지역 청년과 일자리 현장 간담회, 당원 간담회, 비대위회의 등을 가질 예정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