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돋보기] 아무도 모른다
여현일 하이투자증권 디지털마케팅부 과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이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데 이어 국내에서도 흥행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포착하고 인간 감정을 따뜻하게 담아내는 거장이다. 전작 ‘어느 가족’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보다 한 해 먼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개봉한 ‘괴물’은 작고한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이 담긴 유작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괴물’은 아들에게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 사이의 오해와 이해를 다룬 이야기다. 영화는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하지만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인간은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도 자기가 모든 것을 안다는 전제 아래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진실은 단순하지 않다.
현실도 단순함과는 거리가 멀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인간의 정신작용을 두 시스템으로 묘사했다. ‘시스템1’은 빠르게 생각하고 직관적이며 ‘시스템2’는 느리게 생각하고 고심한다. 둘은 효율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평소에는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지만 불확실한 상황에서 판단을 내릴 때는 ‘어림짐작’에 기댄다. 많은 것을 한꺼번에 생각해야 하는 통계적 사고에 약하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가 예상하는 사건의 빈도는 눈에 보이는 메시지가 얼마나 널리 퍼져있고 또 얼마나 감정을 자극하는가에 따라 왜곡되어 편향된 결론을 내린다. 직관적으로 끌리는 선택을 하는 것이 마음은 편할지 모르나 계좌에는 불편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 속 어른들이 진실을 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투자자들도 종종 현실을 보려 노력하지 않는 실수를 범한다. 워렌 버핏은 스승의 저서 〈현명한 투자자〉를 소개하며 ‘시장 변동’과 ‘안전 마진’을 강조했는데 둘은 ‘시장의 불확실성’과 ‘사고의 불완전성’에 관한 이야기다. 투자의 대가도 시장의 등락은 분석이 어렵고 인간의 사고는 허점이 많다는 전제 아래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연초에는 주가 전망이 난무한다. 누군가 주가의 단기 등락을 맞출 수 있다고 주장하거나 자신의 투자의견에 지나친 확신을 보인다면 조심하자. 되려 세상도 시장도 ‘아무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편이 보다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고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는 방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