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출국 제한’, 중국인 관광객 부산행 발목 잡는다
수도권 등 타 공항 입국할 경우
김해공항서 출국 못해 발길 줄어
시, 법무부에 개정 건의 계획
중국인 단체 관광이 재개된 지 5개월을 맞았지만, 부산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 내수 경기 침체 등 중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나, 부산의 중국인 관광객 회복세는 전국에 비해 더욱 더디다. 부산시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김해공항으로 출국하기 어려운 점이 관광객 유치에 발목을 잡는다고 보고, 법무부에 지침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7일 부산시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국내 여행 시 출국 공항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법무부에 ‘무사증(무비자) 입국허가 제도 통합지침’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제주 단체 환승객 무사증 입국허가제’의 출국 가능 공항이 수도권 중심으로 지정된 만큼, 지역에서도 자율 출국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개정해달라는 것이다.
현재 ‘제주 단체 환승객 무사증 입국 허가제’에 따르면, 제주도를 방문하기 위해 중국에서 출발하는 중국인 3명 이상의 단체 관광객은 국내 전담 여행사를 통할 경우 입국 공항 인근을 여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인천·김포·김해·청주·무안·대구·양양공항으로 입국할 경우, 5일 이내 관광 가능지역에서 체류 가능하다.
문제는 수도권의 경우 입국 공항이 어디든 상관 없이 출국 가능하도록 지정됐으나, 다른 지역의 공항은 해당 공항으로 입국한 경우에만 출국이 가능하다. 예컨대 김해공항으로 입국해 수도권 공항으로 출국은 되지만, 수도권 공항으로 입국했을 경우 김해공항으로 출국할 수는 없도록 돼 있다. 김해공항으로 출국이 가능한 경우는 김해공항으로 입국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수도권으로 입출국할 경우 관광 가능 지역도 수도권과 강원도 일대로 제한 돼 있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비행편은 대부분 수도권 공항에 치우쳐 있다 보니, 수도권 공항을 이용해 입국할 경우, 출국을 고려해 부산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천공항에서 중국을 오가는 운항편은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출·도착편 합쳐 6186편이다. 김해공항에서 중국으로 오간 운항편은 같은 기간 출·도착편 361편이 전부다.
이렇다 보니, 중국의 방한 단체 관광이 재개된 지 5개월을 맞았지만, 부산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좀처럼 늘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기준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22만 4895명이었는데, 이중 중국인 관광객은 1만 5671명에 그쳤다. 국가별 순위도 5위에 머물렀다. 2019년 10월 중국인 관광객 수가 3만 4535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특히 김해공항을 통해 입출국하는 비율이 월등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방한 외래관광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11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수는 약 176만 5749명으로, 이중 김해공항 이용객은 4만 2363명(2.4%)에 불과했다. 인천공항(117만 8357명·66.7%)에 비하면 월등히 적은 수치인 데다, 김포공항(13만 246명·7.4%), 제주공항(30만 3196명·17.2%) 보다도 눈에 띄게 적다.
시는 김해공항 출국이 자유로워지면, 중국인 관광객도 보다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특히 여행객의 경우 출국 직전에 비율이 높은 데다, 중국인의 경우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에 오는 경우가 높은 만큼 출국 지역이 중요하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시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 2017년~2019년 3년간 연 평균 부산을 찾는 중국인 수는 약 35만 명에 이르렀다. 국적별로는 꾸준히 2~3위를 기록해 왔으나, 현재는 5위에 머무르는 수준"이라면서 "환승객 무사증 제도 개선으로 지역 공항의 자율 출국이 허용되면 여행 수요가 좀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의 건의를 계기로 국제공항을 갖춘 타 지자체의 요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관광 가능 지역 또는 출국 가능공항을 확대하는 것은 사실상 중국인에 대해 대한민국 전역을 사증 면제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현재로선 확대할 계획이 없다"면서 "추후 건의가 있을 경우 이동 동선, 관리가능성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반적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추세인 만큼, 제도 개선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11월까지 한국을 찾은 중국의 관광객이 약 176만 명을 기록했지만, 2019년 같은 기간(약 551만 명)에 비하면 3분의 1수준이다. 또 중국인의 방한 관광 트렌드도 개별화·소규모화, 대량 소비에서 합리적 소비로 바뀌고 있는 만큼 이에 맞는 유연한 대응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더 이상 과거처럼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에만 기대를 걸 수는 없는 실정"이라면서 "제도 개선과 함께 부산의 관광업계도 트렌드에 맞게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