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감싼 이재명, 비명 탈당엔 '침묵'
10일 '원칙과 상식' 3명 탈당
"방탄·팬덤 정당 벗어나지 못해"
이낙연은 오늘 탈당 기자회견
이 대표, 극단 정치 경계만 언급
당내 사당화 비판에는 묵묵부답
‘성희롱 발언 논란’ 현근택 옹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퇴를 요구해 온 비명(비이재명)계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이 10일 탈당을 선언했다. 민주당에선 이낙연 전 대표도 11일 탈당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다. 연쇄 탈당으로 ‘이재명 체제’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 대표는 탈당 사태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비명계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은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민주당을 떠나 더 큰 민심의 바다에 몸을 던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졌다면 이 길을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길을 가겠다고 결심한 근본적인 이유는 양심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을 반대하는 민심이 60%지만 민주당을 향한 민심은 그 절반밖에 안 된다”면서 “30%의 국민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하는 데 민주당은 미동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이재명 대표에 대해 “세 총리가 진심 어린 충고를 했지만, 어떤 진정성 있는 반응도 없었다. 선거법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는 절망했다”고 비판했다. 세 총리는 이낙연·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뜻한다.
이들은 ‘개혁대연합’ ‘미래대연합’을 제안했다.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을 각오가 되어있다면 모든 세력과 연대·연합하고 정치 개혁 주체를 재구성하겠다. 뜻 맞는 모든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원칙과 상식’ 소속 4인방 가운데 한 명인 윤영찬 의원은 이날 민주당 잔류를 선언했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오늘 민주당에 남기로 했다”면서 “지금까지 함께해 온 원칙과 상식 동지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의 잔류 방침에 대해 세 명의 탈당 의원들은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윤 의원의 탈당 배경에 대해 해석을 말하는 것은 실례”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당혹스럽고 안타깝다”는 심경도 밝혔다.
‘원칙과 상식’ 탈당파 의원들은 민주당 지도부의 탈당 보류 요청과 관련해선 “이때까지 뭐했느냐”며 ‘시간끌기’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원내대표인 제가 여러 차례 그분들하고 접촉도 했고 의견도 나눴다”면서 “서로 협의해 갈 수 있는 건데 오직 대표의 답만 기다리는 것도 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당파 의원들은 “통합 비대위 출범을 요구한 게 한 달이 됐는데 이때까지 뭐했느냐”면서 “이 대표 사퇴가 아니라도 민주당이 정말 변한다면 상황이 달라졌겠지만 공천관리위원장 임명이나 공천자격검증위원회의 부적격 판정 등을 보면 당이 이재명 사당으로 간다는 것이 분명했다”고 지적했다.
비명계 탈당에 대해 이 대표는 침묵했다. 이 대표는 이날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이 정치를 이제는 종식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당내의 ‘사당화’ 비판에 대해선 침묵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탈당을 선언한 이낙연 전 대표나 ‘원칙과 상식’에 대해 언급했느냐는 질문에 “직접적 말씀은 없었다”면서 “통합을 강조하는 그런 말씀을 했으니 거기에 어느 정도 포함됐다”고 답했다.
비명계 탈당에 침묵한 이 대표는 친명계에 대해선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과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성희롱 발언 논란 징계 문제를 논의하면서 중징계를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의원이 공천 컷오프 대상인 당직 자격정지를 언급하자 이 대표는 “너무 심한 게 아닐까요”라고 답했다. 이 문자 내용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언론 카메라에 잡혔다.
이 대표가 현 부원장 징계 문제를 당직도 없는 정 의원과 논의하고 공천 탈락에 대해 ‘심하다’는 반응을 보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내 ‘이재명 사당화’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