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여러 개의 시선으로 조합되는 세계
■조이경 '현기증(들)'
현대미술에 사용되는 일상의 재료들은 실로 다양하다. 조이경(1976-)은 그중에서도 책, 잡지, 영화, 웹사이트 등 대중매체에서 수집한 텍스트와 이미지들을 이용하여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다. 그는 평소 개인이 각자 보유하고 있는 경험과 기억에 따라 동일한 이미지라도 다르게 인식되는 현상에 주목해왔다. 그는 영상에서 추출한 움직이는 이미지 조각들을 조합하여 생경한 시지각적 감각을 이끌어내거나 프레임 안에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개별 이미지들을 배치하여 독창적인 서사를 만든다. 또는 빛의 양과 방향, 색깔 등의 변화하는 대상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하기도 한다.
부산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현기증(들)’은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 장르의 거장인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1899-1980)'의 ‘현기증(Vertigo)’(1959)에서 발췌한 장면들로 이루어진다. 한 인물이 방에 들어온 후 부엌으로 향해 찻잔을 꺼내들고 테이블에 올려놓기까지의 짧은 움직임을 담았다. 작가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좌석의 위치에 따라 같은 장면을 다르게 인식했던 개인적인 경험을 계기로 이 작품을 제작했다고 한다. 그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다양한 각도와 거리에서 영화의 특정 부분을 촬영하고, 이미지들을 콜라주(collage)했다. 그 결과 조각난 이미지들이 화면 곳곳에 배치되면서 원작에서 보여지는 서사가 아닌 전혀 새로운 장면들이 창조되었다.
이 작품의 묘미는 관람자가 촬영자의 시선을 그대로 따라가게 된다는 점이다. 인물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거꾸로 흐르는 시간을 체험하기도 하고, 영화 속 소품이나 배경에 집중하게 되기도 한다. 우리는 여러 개의 시선이 조합된 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며 단편적으로 인식하는 시각 정보가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점들을 횡단하는 이미지 집합체들은 동시대를 보다 입체적으로 인식하기 위한 의식의 확장과 유의미한 실천을 상기시킨다.
아울러 균열의 흔적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작품 속 영상 조각들이 파편적이고 비선형적인 정보가 넘쳐나는 동시대 디지털 사회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는 사실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현대사회 속 산만하게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대상들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때로는 낯선 방식으로 접근해 보려하는 의식적인 노력을 행해야 한다. 이해리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