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자동 볼 판정·베이스 크기 확대 바로 시행
KBO 이사회서 새 제도 결정
수비 시프트 제한도 적용키로
피치클록은 유예…시범 운영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기계가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 올해 프로야구 정규리그 개막과 함께 정식으로 도입된다.
KBO 사무국은 프로야구 10개 구단 대표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1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2024년 첫 번째 이사회를 열고 KBO 리그 새 제도 도입 순서와 시기를 확정했다.
이사회는 공정한 판정을 위해 ABS를 오는 3월 23일 열리는 정규리그 개막전부터 당장 운용하고, 베이스 크기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처럼 확대하기로 했다.
MLB는 선수들의 부상을 막아 도루 수를 늘리고자 지난해 기존 15제곱인치인 베이스 크기를 18제곱인치로 확대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KBO 이사회는 또 내야수들의 수비 능력을 강화하고 더 공격적인 타격을 유도하고자 수비 시프트 제한도 올해 전반기부터 KBO 리그와 퓨처스(2군) 리그에 적용하기로 했다.
시프트는 철저히 당겨치는 좌타자 또는 우타자를 봉쇄하기 위해 아예 한 쪽을 비워두고 내야수를 1, 2루 사이 또는 3루와 유격수 사이에 집중 배치하는 전술이다.
타자 봉쇄 확률을 높이는 전략으로 빅리그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시프트 탓에 야구의 역동성과 박진감이 사라졌다는 비판이 줄을 잇자 MLB 사무국은 지난해 시프트를 제한했다.
새 규정에 따라 수비팀은 포수와 투수를 제외하고 내야에 최소 4명의 야수를 둬야 하며, 2루를 기준으로 양쪽에 2명씩 서 있도록 MLB는 규정을 바꿨다.
KBO 리그도 MLB의 세부 시행 규칙을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크다.
KBO 이사회는 제도의 중요도와 시급성을 고려해 ABS, 베이스 크기 확대, 시프트 제한을 우선 시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도입을 추진한 피치 클록은 현장 의견을 수용해 전반기 시범 운영을 거쳐 후반기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사실상 도입을 유예했다.
이 제도는 투수가 주자 없을 땐 15초, 주자 있을 땐 20초 이내 던지도록 엄밀하게 계측하는 것으로, 지난해 MLB는 제도 시행 후 경기 시간 단축에 큰 효과를 봤다.
그러나 KBO에 피치 클록을 당장 도입하는 건 무리라는 견해가 현장을 중심으로 나오자 KBO 이사회는 시범 운영 후 시행 세칙을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가 최소 세 타자를 상대하도록 한 제도도 올해 퓨처스 리그에 적용한 뒤 결과를 보고 1군 도입을 결정하기로 했다.
2022년부터 퓨처스 리그에서 시행 중인 연장전 승부치기 또한 나중에 다시 논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사회는 아울러 자유계약선수(FA)가 아닌 선수와의 다년 계약 규정도 개정했다.
개정된 규정을 보면, 다년 계약 선수는 계약 기간 중 FA 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하고, 계약이 당해 년도에 종료될 예정인 선수에 한해 FA 자격을 승인하도록 했다. 구단은 비(非) FA 선수의 다년 계약 체결 시 언제든지 계약 승인을 신청할 수 있고, 발표 다음 날까지 KBO에 계약서를 제출하면 KBO는 그 다음 날 계약 사실을 공시하도록 했다.
기한 내 계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징계를 명시한 규약 제176조를 준용해 계약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로 간주해 상벌위원회에서 제재 심의를 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마지막으로 현 규약에서 정해둔 범위를 벗어나는 메리트(보너스) 지급도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구단이 아닌 감독이 사비를 털어 선수에게 보너스를 주는 행위는 금지된다.
다만,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별도 시상은 시즌 전 KBO에 운영계획서를 제출해 승인받으면 가능하도록 규정을 손질했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