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노조, 사상 첫 파업 수순… 홍해발 물류난 이어 해운업 비상
“하림 HMM 깜깜이 인수” 반발
해원노조, 내주 임단협 결렬 통보
육상노조도 ‘준법 투쟁’ 예고
하림그룹의 HMM 인수에 맞서 단체 행동을 예고한 HMM 노조가 사상 첫 파업 수순을 밟는다. 홍해발 물류대란에 국내 최대 국적 선사인 HMM의 ‘운항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국내 물류·해운업도 비상이 걸렸다.
11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HMM 해원연합노조는 다음 주 경영진에 임금·단체협약 결렬을 통보하고 파업 수순에 들어갈 계획이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회의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한 뒤 노조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다음 달 인수받을 신조선부터 출항 거부 투쟁을 벌인다. 앞서 2021년 8월 임단협 결렬에 따라 단체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으나, 지금까지 파업을 한 적은 없었다.
노조는 국내 유일 국적 선사인 HMM 매각이 밀실로 이뤄지고 있다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의 자금조달 계획 공개와 매각 재검토를 줄곧 요구해 왔다. 11일에는 하림그룹의 HMM 인수가 적절한지를 두고 소액주주 등을 초청해 부산에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HMM 해원연합노조 전정근 위원장은 “채권단은 노조의 공청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정부도 HMM에 대한 무리한 인수 시도와 깜깜이 매각을 묵인하고 있다”면서 “국내 해운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파업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HMM 육상노조도 이달 말 정부의 1차 협의 결과 발표를 보고 ‘준법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앞서 지난 2일 “이달 말 정도면 1차 협상 결과와 관련해 브리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준법 투쟁은 각 국가가 요구하는 선원들의 휴식 시간, 업무 분담, 운항 속도 등을 철저히 지키며 운항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선원들의 수직적 문화와 운송 시간 절약 등으로 이러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즉 준법 투쟁 시 기존보다 화물 운송이 늦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선박은 속도에 따라 연료 소모량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쉽게 증속하기도 어렵다.
한 항만 전문가는 “선박은 속도를 2배 높일 때 연료 소모량이 8배 늘어난다”면서 “컨테이너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시성이기 때문에, 하역 일정 등이 늦어지면 우리나라 선사 전체에 대한 대외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현재 홍해 바닷길도 예민 후티 반군 공격으로 막힌 상황에서 HMM 운항이 차질을 빚을 경우 국내 물류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HMM 육상노조 이기호 지부장은 “1차 협의 결과에서 하림그룹이 인수하는 쪽으로 매각 방향이 정해질 경우 준법 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라면서 “졸속 매각이 되지 않도록 감사원 감사 청구를 비롯해 총궐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