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양과 70개국 250개 항구 섭렵한 체험 녹여낼 것”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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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종찬 ‘40년 항적’ 연재
부산일보 홈피 통해 매주 1차례
“부산은 한국 해양문학 성지 자부”

<부산일보> 인터넷을 통해 40년 항적의 이야기를 풀어낼 김종찬 해양소설가는 “바다는 내 삶 자체”라고 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일보> 인터넷을 통해 40년 항적의 이야기를 풀어낼 김종찬 해양소설가는 “바다는 내 삶 자체”라고 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김종찬(74) 해양소설가는 채비를 마쳤다. 그가 부산일보 인터넷을 통해 ‘해양문학 찾아 떠돈 40년 항적’이란 제목으로 매주 목요일 10여 차례 연재한다. 그 글들은 해양을 향하는 부산의 좌표 속에서 해양문학과 뱃사람들 이야기에 대한 관심을 제고할 것이다. “내 기억 속에서 저 홀로 사라질 뻔한 재미난 일화를 쓸 거다.” 1972년부터 5대양과 70여 개국 250여 개 항구를 섭렵한 그다.

그는 “1970년대에 배를 탈 때는 죽을 수도 있다는 각오로 배를 탔으며, 그런 사정이 1980년대로 가면서 조금씩 나아졌다”고 했다. “학교 교장 월급이 6만 원 하던 시절에 상선을 타면 그 10배 월급을 받아 1년 안에 집을 마련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기억하는 그는 “온 세계를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바다는 드넓었으나 내가 타고 있는 배는 좁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그와 일문일답을 나눴다.

-글쓰기 인생 통해 해양문학은 무엇이었나.

“대학 졸업 후 2년 동안 해군 복무를 하면서 함정을 탔다. 제대한 후 북양 트롤선을 시작으로 여러 종류의 배를 탔다. 벌크선, 광탄선, 공모선, 냉동화물 운반선, 자동차 운반선 등등. 그때그때 직접 체험한 이야기들을 소설로 썼다. 그러니까 내가 쓴 해양소설은 바다 위에서 혹은 항구에서 체험한 갖가지 삶의 현장 이야기들이다.”

-직접 체험한 바다는 무엇이었나.

“어깨사리, 허리사리, 무릎사리…, 물때를 말하는 12가지 순우리말에 따라 달님이 환하게 웃으면 바다는 슬며시 치마끈을 풀어내린다. 바다는 달의 시녀이자 지구의 청소부다. 태풍이 불어 비바람 몰아치면 바다는 대청소를 했다. 또한 바다는 물길을 열어 배를 띄울 수 있게 하는 무한한 자연의 보고였다. 그 무진장한 보물창고가 남획과 오염으로 지금은 텅 빈 바다가 되어가고 있어 안타깝다.”

-한국과 부산의 해양문학은 어떤 위상인가.

“현대 한국 해양문학은 1970년을 전후해 어선 선장 출신 소설가 천금성, 상선 선장 출신 시인 김성식이 등장하면서 새롭게 발돋움했다. 모두 부산 사람들인데 그야말로 부산은 현대 한국 해양문학의 성지다. 그래서 자부심이 크다. 천금성이 주도해 발족한 한국해양문학가협회는 부산에 있으며 2023년 <해양과 문학> 제27호를 냈다. 부산에는 각종 해양문학상이 있었다. 부산이 배출한 해양소설가로 저를 비롯해 장세진 박정선 유연희 이윤길 김부상 하동현 조천복 등이 있다.”

-기억하는 승선 경험은.

“날씨가 험악하기로 유명한 뉴펀들랜드 어장에서 2년간 트롤선 다니카호를 탈 때와 6만 톤급 광탄선 호프스타호를 탈 때가 가장 힘들었다. 호프스타호는 노후선으로 항해 중에 ‘호깅 새깅 현상’(선체가 파도에 널판처럼 휘청거리는 것)이 심해 선원들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는데 결국 지브롤터 근처에서 세 동강 나며 침몰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십년감수다. 1992년 바나나 운반선을 타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항에 입항했을 때 나라가 망해 배급도, 월급도 받지 못해 거리시장에 생활용품을 들고나온 시민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았다.”

-주로 기관장을 했는데.

“기관과를 나왔기 때문에 기관사, 기관장을 했다. 선장은 항해과를 나와야 한다. 기관장의 소임은 배를 움직이는 기관을 책임지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지향하는 것은.

“바다, 해양을 체험하면서 느낀 인간의 외로움이나 고독, 세계 각국을 다니며 한국인으로서 보고 듣고 알게 된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싶을 따름이다.”

그는 소설집 <괭이밥> <대서양의 민들레>, 장편소설 <피닉스호의 최후>를 냈는데 “장편 1권, 소설집 3권 분량이 원고로 쌓여있다”고 했다. 1949년 경남 창원 출생인 그는 1994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한국해양문학상(2004), <부산일보> 해양문학상(2013), 한국해양문화재단 해양문학상(2015) 등을 수상했다.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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