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HMM 파업 예고… 하림 ‘먹튀’ 우려 해소 대책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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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조달 계획 분명치 않아 불신 커져
해운업 육성에 대한 진정성 입증 필요

HMM해원노조 조합원이 선상에서 하림그룹이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것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HMM해원노조 제공. HMM해원노조 조합원이 선상에서 하림그룹이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것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HMM해원노조 제공.

국적 해운사 HMM이 파업 위기를 맞았다. HMM 해원노조가 지난 16일 사측에 단체협상 결렬을 통보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것이다. 2주 정도 조정기간이 남았다고는 하나 노조의 입장이 워낙 강격해 사실상 파업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 거기다 HMM 육상노조마저 준법투쟁에 나서기로 한 상태라, 해원노조의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환적·출항 등 항만 업무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그 피해는 국내 최대 항만이자 HMM의 거점항인 부산항이 직접적으로 입게 된다. 어렵게 쌓아온 부산항의 대외 신뢰도 역시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HMM 파업을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

단체협상을 통해 해원노조가 사측에 요구한 바는 통상임금 재산정이나 시간외 근로 시간에 대한 수당, 인력 충원, 정년 연장 등이다. 모두가 HMM이라는 특정 기업의 내부 갈등 요인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HMM 육상노조가 준법투쟁에 나서고 해원노조가 파업까지 예고한 데에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그것이다. 노조는 하림그룹이 6조 4000억 원의 인수 가격을 제시하고서도 자금조달 계획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며 매각 절차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하림그룹은 HMM을 인수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HMM 매각과 관련해 하림그룹에 대한 그런 의구심은 노조만 갖는 게 아니다. 금융권과 해운업계에선 하림그룹이 HMM 인수전에 참여할 당시부터 하림그룹의 자금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자산 규모 17조 원의 하림그룹이 25조 8000억 원의 HMM을 인수하는 게 애초에 무리라는 주장이다. 일각에는 하림그룹이 HMM 정상화보다 HMM 인수 효과에 따른 단기 자본이익을 의도했거나 10조 원이 넘는 HMM의 유보금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이른바 ‘먹튀’에 대한 우려인데, “HMM의 현금 자산은 미래 경쟁력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는 하림그룹의 해명에도 관련 업계의 의구심은 좀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때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던 한국 해운업은 현재 그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해운업의 경쟁력 악화는 구조적으로 무역과 수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우리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정부가 그동안 HMM에 7조 원 가까운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요컨대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을 인수하려는 하림그룹은 국민 세금으로 지켜낸 해운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소명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인수가 완료되기도 전에 소모적인 논란을 일으키고 노조의 파업 가능성을 초래하는 지금 행태는 온당하지 않다. 여러 우려를 해소하는 대책을 하루빨리 내놓아 HMM 인수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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