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사라지는 오징어, 그다음은?
김양언 ㈜백화수산 대표
기후변화로 동해 오징어 씨 말라
어자원 감소 이제부터 본격 시작
해양 식량 확보, 갈수록 더 어려워
기후변화로 인한 전 지구적 영향은 한둘이 아니고 또 영향을 미치는 시기도 저마다 다르겠지만, 지금 우리 수산업계는 이미 그 영향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국민들도 식탁 위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곧바로 실감할 수 있는 어종이 있는데, 바로 오징어가 아닌가 싶다. 그리 오래 갈 것도 없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오징어는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먹거리였지만, 지금은 횟집에서도 보기 쉽지 않을 뿐더러 가격이 비싸 부담 없이 먹기도 어렵다.
실제로 어업 현장에서는 오징어잡이를 그만두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예전 오징어가 지천이던 동해로 나가도 오징어를 만나기도 어렵고, 급등한 기름값도 감당할 수 없는 탓이다. 오징어가 금값이 안 될 수가 없다. 하지만 오징어가 아무리 금값이라고 해도, 망망대해에서 만나기도 어려운 오징어를 바라고 조업을 계속할 수도 없는 형편이니 생계를 바꿀 수밖에 없다. 정말 예전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광경이다.
우리의 동해가 어떤 바다이던가. 우리나라 연근해 오징어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명실상부한 ‘오징어 창고’와 같은 바다였다. 통상 겨울철 동해안 남쪽에서 태어난 오징어는 7~8월 러시아 수역까지 올라갔다가 가을철 다시 따뜻한 물을 찾아 동해안 남쪽으로 내려온다. 그런데 최근 들어 동해안 북위도의 바닷물 수온이 오르는 고온 현상으로 오징어가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해안의 명물이던 명태에 이어 오징어마저 자취를 감추면서 활기찼던 동해안의 ‘겨울 경기’도 이제는 옛말이 되어가는 분위기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도 지역의 오징어 어획량은 1365톤으로 전년도의 3504톤의 39%, 지난 3년 평균인 6064톤에는 23%에 그쳤다. 어획량 감소가 매우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어획량 감소에 따라 어획고도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어획고는 181억 2000여만 원으로, 전년도의 375억 8000여만 원의 48%, 지난 3년 평균치인 545억 5000여만 원의 33% 수준으로 급감했다. 동해를 접하고 있는 강원도와 경북지역 수협의 위판량도 전년에 비해 10%가량 줄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근해 전체의 오징어 어획량도 10년 전 16만 톤 안팎에서 2022년엔 약 5분의 1 수준인 3만 6000톤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잠정치는 아마 여기서 더 줄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획량 감소 원인으로는 수온 상승으로 인한 바다 환경의 변화가 가장 유력하게 꼽힌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18일 동해안의 오징어 급감에 대응해 케냐 등 동아프리카 수역을 대체 어장으로 개척하기로 밝혔지만, 예전과 같이 오징어가 다시 우리 국민들의 ‘심심풀이 먹거리’로 되돌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멀게만 느껴졌던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가 당장 우리 식탁에서 오징어를 빼앗아버린 것이다.
그런데 고수온 현상으로 인한 어획물 급감은 오징어 한 어종에만 그치지 않을 태세다. 해수 온도 상승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바다 산성화’가 해양 생물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고수온으로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면서 해양의 산성도 수치가 점점 높아지는 현상이 바다 산성화인데, 특히 우리 국민들이 즐겨 먹은 굴과 조개류에 매우 해롭다고 한다.
어패류 껍데기는 탄산칼슘으로 이뤄져 산성과 만나면 쉽게 연해지거나 녹아버리는 탓이다. 해양 생태계에 산소를 공급하는 산호가 바다의 산성화 심화로 갈수록 폐사 위험이 높아지는 것도 우리의 해양 식량 자원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명태에 이어 이미 씨가 마른 오징어, 거기다 굴과 조개류, 멸치, 갈치, 정어리 등 많은 어종이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가 계속 진행된다면 조만간 우리 식탁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민들만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전 국민들의 식량 문제로 번질 게 뻔하다. 지구 온난화를 넘어 열대화로 진입하는 현재의 기후변화가 해양과 육지를 가리지 않고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 악영향이 더 즉각적이면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해양이 훨씬 심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이제 인류의 식량 문제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세계 195개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해 온실가스 감축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실질적인 효과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당장 인류의 식량 자원 확보부터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식량 가격은 더 급등할 것이고, 이로 인한 다툼과 분쟁도 더욱 늘어날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