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지뢰’ 된 공유 자전거, 단속 길 열리나
공유 자전거에 걸려 넘어진 남성
뇌진탕·열상 등 머리 크게 다쳐
개인형 이동장치 통행 방해 문제 심각
시, 조례 개정으로 단속 근거 마련 계획
한밤중 자전거를 타던 시민이 길바닥에 쓰러진 공유 자전거에 걸려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치는 일이 일어났다. 개인형 이동장치(PM)가 통행 불편을 넘어 실제 아찔한 사고로 이어졌지만 관할 지자체는 법적 근거가 없는 탓에 단속조차 못 하는 실정이다. 불편 민원이 이어지자 최근 부산시는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조례 개정을 예고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10시 10분께 수영구 민락동의 수영강변 자전거 도로에서 남성이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자전거로 이곳을 지나가던 60대 남성이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자전거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A 씨가 걸려 넘어진 것은 B업체에서 제공하는 공유 자전거다. B업체는 서비스 지역 내에서 원하는 곳 어디에서나 공유 자전거를 반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영업하고 있었다. 이날 누군가 자전거 도로에 갖다 놓은 공유 자전거에 사고가 난 것이다.
행인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즉시 A 씨를 병원으로 옮겼다. A 씨는 두피가 6cm가량 찢어지는 등 머리에 큰 충격을 받고 뇌진탕 증세까지 호소했다.
A 씨는 영문도 모른 채 사고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한밤중인 데다 가로등까지 적은 도로여서 공유 자전거가 있는 것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산일보>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A 씨는 “자전거 헬멧이 완전히 부서질 정도로 충격이 강했다. 자칫 새해 첫날부터 큰 변을 당할 뻔했다”며 “B업체가 공유 자전거로 수익 사업을 벌이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관리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공유 자전거·킥보도 등 개인형 이동장치가 대중화하면서 시민들의 통행 불편도 일상이 됐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부산 지역에서 사업체가 운용하는 공유 자전거와 킥보드 개수는 1만 3000여 개로 추정된다.
PM 증가세와 달리 이를 관리하는 수단은 한정적인 실정이다. 부산시는 2022년 금정구에 공유 킥보드를 댈 수 있는 거치대 조성 사업을 실시했다. 대학가 등 30개소에 거치대를 만들어 총 511대 공유 킥보드를 주차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거치대에 공유 킥보드를 두게 하는 강제성이 없는 탓에 사업 효과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통행을 방해하는 PM을 직접 단속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단속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서인데, 관할 지자체들은 불편 민원이 접수돼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손을 내저었다.
수영구청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관련 법이나 조례가 없어 불편 민원이 들어와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해당 업체에 연락을 해서 PM을 치워달라고 요청하는 정도다”고 말했다.
시민들 불편 민원이 이어지자 최근에서야 부산시는 단속 근거를 만드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부산광역시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안전 증진 조례’의 개정 절차를 밟는 중이라고 밝혔다. 개정 조례에는 PM을 무단 방치해 보행자나 차량 등의 통행을 방해할 경우 이를 이동·보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된다. 또한 해당 조치에 따른 소요 비용을 징수하는 규정도 추가되면서 적극적인 단속이 가능해질 것으로 시는 판단하고 있다.
부산시 공공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이번 시 조례 제정을 기점으로 기초 지자체에서도 단속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점자 블록, 횡단보도, 지하철 입구 등 통행량이 많은 곳에서 PM 때문에 불편을 겪는 일이 없도록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