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HMM 매각, 경쟁력 유지 위해 원점 재검토 필요성 있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동맹 재편 등 글로벌 해운환경 급변
국내 해운업 중장기 성장 이끌어야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1일 HMM 등 8개 주요 국적선사 대표를 만나 최근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1일 HMM 등 8개 주요 국적선사 대표를 만나 최근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독일의 하파그로이드가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를 탈퇴하고 덴마크의 머스크와 함께 새 동맹을 결성한다는 소식이다. 각각 세계 5위, 2위의 선복량을 자랑하는 거대 해운선사들이다. 문제는 그 유탄을 현재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우리 국적선사 HMM이 직격으로 맞게 됐다는 점이다. HMM은 ‘디 얼라이언스’에 소속돼 있는데, 하파그로이드의 탈퇴로 동맹 자체가 깨지게 된 탓이다. 이미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의 해체가 예정돼 있는 등 급변하는 글로벌 해운환경 속에서 HMM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게 됐다. HMM의 슬기로운 대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해운선사들이 끼리끼리 동맹을 맺는 건 혼자서는 냉혹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디 얼라이언스’는 기존 ‘2M’이나 ‘MSC’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였다. 그런데 동맹 내 최대 선사인 하파그로이드가 탈퇴하면 ‘디 얼라이언스’의 위상은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선 ‘디 얼라이언스’의 해체는 필연이라고 여긴다. HMM으로선 생존을 위해 재편되는 세계 해운동맹에 어떻게든 편입해야 하는 형편에 처한 것이다. 그런데도 HMM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거나 “‘디 얼라이언스’ 안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등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사정이 HMM의 인식대로 흐를지 의문이다. 우선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고 이를 놓고 갈등이 불거지면서 HMM 해원노조가 사상 첫 파업 수순을 밟고 있는 등 내부적인 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시성 등 신뢰도가 중요한 해운동맹에서 이런 혼란은 적잖은 리스크로 작용한다. 거기에 더해,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은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나라 안팎에서 자본력을 의심받고 있다. 하림그룹이 HMM을 인수할 경우 이 역시 신뢰성 문제로 이어져 새 해운동맹 편입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 상태라면 HMM의 경쟁력에 치명적인 타격은 불가피한 셈이다.

국내외의 우려에도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나 정부, 그 어디에서도 명쾌한 해법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지금 세계 해운선사들은 새로운 동맹 체제를 꾸리며 수십조 원을 투자한다. 예맨 후티 반군의 공격과 역대급 가뭄으로 수에즈·파나마운하 통항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물류비가 급등하는 등 해운업황이 심각한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의 매각은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HMM이 경쟁력을 유지토록 해 국내 해운업의 중장기적 성장을 이끄는 길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채권단과 정부는 HMM 매각 원점 재검토 요구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