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이 제집처럼 드나드는 ‘4무 도시’ 탈바꿈 [리뉴얼 부산]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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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허브도시 원년] 하. 특별법 통해 바꿀 인프라

특구 업체에 세금 대폭 완화
프리존 지정으로 규제 자유화
외국인 입국 편의 도모 무비자
영어하기 편한 도시 조성 통해
‘열린 국제도시’로 획기적 변신
글로벌 스탠더드 부합 교육정책
해외 명문 국제학교 유치 지원
외국 환자 유치 의료 서비스도

부산시는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을 통해 부산을 외국인이 살기 좋은 열린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부산 해운대구 해변열차에 탑승한 외국인 관광객. 부산시 제공 부산시는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을 통해 부산을 외국인이 살기 좋은 열린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부산 해운대구 해변열차에 탑승한 외국인 관광객. 부산시 제공

부산을 싱가포르나 두바이, 홍콩과 같은 국제 비즈니스 자유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은 대한민국에서 일찍이 시도해 본 적 없는 파격적인 실험이다. ‘부산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을 통해 하나하나 구체화될 부산의 비전은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세계인들이 막힘없이 드나들고, 불편 없이 살 수 있는 ‘열린 국제도시’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이 세계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인이 즐기고, 일하고, 살기 좋은 환경 조성은 물론 글로벌 수준의 관광, 휴양 환경, 국제적 교육이 가능해야 한다”며 “특별법은 이 같은 부산의 획기적 변화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부산을 움직이는 도시 운영 체제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도시 리뉴얼’이 시작된 것이다.


■세금·규제·비자·언어 장벽 해제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외국인이 편하게 살고 교육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파격적인 규제 완화가 필수다. 특별법은 무세금, 무규제, 무비자, 무언어장벽의 이른바 ‘4무 도시’를 실현해 부산을 완전한 ‘글로벌 자유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우선 세금 분야에서는 부산 지역 내 특구에 입주한 기업체 등에 대해 관세와 법인세 같은 조세를 대폭 완화해 글로벌 기업과 대적할 수 있도록 시장 경쟁력 확보를 돕는다. 소득세, 취득세, 등록면허세 등 세 부담을 줄여주고 각종 명목으로 걷는 부담금을 면제해 기업들의 연구개발과 투자 활동을 촉진시키겠다는 취지다.

또 ‘규제 프리존’과 ‘규제 샌드박스’ 지정 등을 통해 타 지역보다 규제 자유화를 우선 시행하고 지속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규제를 발굴해 이를 타파한다. 공유수면 관리·매립, 환경영향평가 등에 관한 권한을 시가 이양 받아 첨단산업 단지 조성과 신기술 실증사업 등에서 기업의 자율권을 확대해 주고, 각종 개발사업의 인허가 절차도 간소화한다.

외국인의 자유로운 왕래와 안정적인 고용을 도모하기 위해 무비자 입국 정책도 확대한다. 출입국관리법에 대한 특례 적용을 통해 부산 지역 외국인 투자기업에 근무하는 외국인에 대해 사증 발급 절차와 체류기간 상한 규정을 완화하는 한편 입국 편의를 위해 다양한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영어하기 편한 도시’를 만들어 외국인이 살기에 편리한 도시를 조성하겠다는 부산시의 정책도 특별법을 통한 ‘영어교육도시’ 지정으로 탄력을 받게 됐다. 부산을 국제적인 교육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도시로 지정, 세계적 수준의 영어 사용 환경을 구축해 시민들의 외국어 구사 능력을 높이고, 국제화한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부산시가 외국인 관광객이 부산 주요 관광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9월 출시한 ‘비짓부산패스’ 론칭쇼 모습.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외국인 관광객이 부산 주요 관광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9월 출시한 ‘비짓부산패스’ 론칭쇼 모습. 부산시 제공

■교육 자율성 확대로 맞춤 인재 육성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은 ‘국제자유도시’ 기준에 걸맞게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살기 좋은 생활환경 인프라를 갖추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특히 부산시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도시환경을 만들기 위해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교육과 의료다.

많은 수도권 기업이 부산으로의 이전에 어려움을 겪는 주요 이유가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교육 인프라와 의료 여건이다. 이 때문에 직원들도 이전을 반대한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인기 있는 상위권 일반고와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도 적고, 대학 역시 기업들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키워내는 데는 역부족이다.

특별법은 자율학교 운영과 유아교육, 대학 설립에 관한 특례를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교육정책을 부산시가 자율적으로 마련해 유아부터 초·중등, 대학까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여러 가지 혁신적인 정책들을 발굴해 지역 교육계에 접목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부산을 ‘글로벌 교육 메카’로

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030세계박람회 유치 과정에서 높아진 부산의 도시 브랜드를 활용해 매력적인 국제관광도시를 넘어 국제교육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대표적인 정책이 해외 유수의 명문 국제학교 설립이다. 현행법상 외국 교육기관은 외국인 투자 유치 및 정주 여건 조성을 위해 ‘경자구역특별법’에 의해 경제자유구역 안에만 설립할 수 있다.

현재 전국의 외국 교육기관은 채드윅송도국제학교, 칼빈매니토바국제학교(인천), 대구국제학교(대구·경북) 등 3곳으로, 모두 외국인 기업 투자가 활발한 지역이다. 부산이 2027년 개교를 목표로 명지국제신도시에 영국의 로열러셀스쿨 설립을 추진하는 등 전국 지자체들이 국제학교 유치에 나섰지만 까다로운 규제에 막혀 순탄치 않은 실정이다.

특별법은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의 목적에 맞게 외국 교육기관 설립 입지를 부산 전역으로 확대하고 설립 자격과 내국인 수 제한 등의 조건을 완화해 부산 곳곳에 해외 명문 학교를 그대로 옮겨 놓은 국제학교가 설립될 수 있도록 교육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한다.

부산이 ‘글로벌 교육의 메카’로 거듭나면 자녀 교육을 위해 부산으로 옮겨오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 지역 외국계 기업과 기관에서 일하는 외국인 주재원 자녀들도 모국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시민들의 조기 해외 유학이나 어학연수 수요도 부산이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직간접 소득 창출 효과도 상당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살기 좋은 국제도시로

의료 인프라도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외국인들은 우리말에 서툰 데다 국내 의료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져 아파도 병원 가는 것을 꺼린다. 시는 특별법 시행으로 외국 의료기관이나 외국인 전용 약국을 개설해 외국인들이 부산에서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하는 한편,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 고부가가치 의료관광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의료 인프라의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외국인 환자가 제대로 된 통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불편 없이 치료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외환을 거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고, 외국인 자녀 전용 어린이집 설립, 외국 방송의 재송신, 주택 공급 등을 통해 외국인에게 자국 못지않게 안정적인 정주 환경을 지원할 방침이다. 외국인이 ‘여행하기 좋은 도시’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변모하는 셈이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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