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확장”vs“총선 악재”…윤-한 간극 여전한 ‘김건희 사과’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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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한 위원장 갈등 도화선 김 여사 명품백 논란 대응
한동훈 전날에도 “입장 변한 것” ‘국민 눈높이’ 대응 강조
30% 당지지율 정체 속 중도 확장 위해 필요하다 인식
반면 대통령실, 친윤계 “김 여사는 몰카 피해자” 강조
김 여사도 “사과하면 총선 불리” 야당 심판론 부각된다 보는 듯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총선 두 달을 앞두고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정면충돌’이 23일 봉합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태의 도화선이 된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대한 입장 차는 여전해 보인다. 야당이 총선 전까지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양측이 통일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할 경우, 불씨는 언제든 되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내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라며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면서 김 여사 논란에 관한 입장 변화를 묻는 질문에도 “내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며 ‘국민 눈높이’가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부각했다. 앞서 그는 명품가방 논란에 대해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여사를 겨냥한 도이치모터스 특검법은 ‘총선을 위한 악법’이지만, 명품가방 논란에 대해서는 국민이 이해할 만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시각을 내보인 것이다. 김 여사를 ‘마리 앙투와네트’에 비유해 윤 대통령과 친윤(친윤석열)계의 분노를 부른 김경률 비대위원 역시 전날 “제 거친 언행이 여러모로 불편함을 드린 적이 있었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명품가방 문제와 관련한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의 행보를 지지하는 당 소속 의원들은 한 위원장 취임 이후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는 상황에서도 30%대에서 답보 상태인 당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명품가방 논란이 어느 정도 해소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도이치모터스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60~70% 달하는데, 여기에는 명품가방 논란에 대한 반감이 크다”면서 “특히 여성들과 젊은 세대에서 이 문제를 상당히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 리스크는 분명히 있는데, 이를 없는 일처럼 넘어가려 해서는 중도층 마음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박빙 지역이나 수도권 험지에서는 필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윤 대통령을 비롯한 친윤 핵심은 ‘함정 몰카’의 피해자인 김 여사가 사과하는 것은 원칙에도 맞지 않고, 섣부른 사과야말로 총선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본다. 친윤 핵심 중 당 지도부에 남아 있는 이철규 의원은 전날 기자들로부터 명품가방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거 몰카 공작이잖나”라며 “교통사고를 야기한 사람이 책임지는 게 아니라 ‘왜 집에 안 있고 길거리에 나와 사고났냐’고 물으면 동의하겠냐”고 했다. 그는 ‘한 위원장은 국민이 우려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는 지적엔 “국민께서 우려하시는 건, 국민들이 이에 대해 진실이 뭔지 모르시기 때문”이라며 “국민이 다 이걸 아시지 못하고 공론화된 것도 아니었잖나”라고 반문했다. 이 사안에 대한 한 위원장과의 이견을 공개리에 드러낸 것이다. 친윤계인 이용 의원과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도 SNS 메시지 등을 통해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이와 관련, 김 여사 본인도 얼마 전 일부 지인들에게 ‘사과를 하면 민주당의 공격을 받아 오히려 총선이 불리해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과할 경우 명품가방 수수를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야당의 수사 압박, 이와는 별개인 특검법 처리 촉구 등 끊임없는 공세의 굴레 속에 빠지고, 총선에서도 이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돼 오히려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으로 보인다. 친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진상이 다 알려지기 전 먼저 사과를 함으로써 범죄가 기정사실화되고 탄핵까지 당한 것이라는 일부 보수 유튜버의 주장이 회자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봉합된다고 해도 갈등의 근원인 명품가방 논란에 대한 간극은 여전히 크다”면서 “이 문제가 총선에 미칠 영향에 대한 판단도 상이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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