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AI 시장… 콘텐츠 저작권 문제, 수면 위로
AI 커버곡 저작권 문제
실연자 보호 장치 미비
문체부 저작권 논의 계속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이 늘면서 저작권 문제가 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학습시킨 AI 커버곡이 인기를 끌면서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국내 가장 뜨거운 AI 콘텐츠 현안은 AI 가수의 커버곡 문제다. 인기곡을 학습한 AI가 전혀 다른 가수의 목소리를 흉내낸 결과물인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관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브루노 마스가 부른 뉴진스의 ‘하입보이’나 임재범의 목소리로 부른 아이유의 ‘좋은 날’이 대표적이다. 가수의 국적에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이의 목소리로 새로운 노래를 즐길 수 있고, 신기술로 만들어져 신선하다는 점에서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문제는 저작권이다. 현행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를 보면 저작권법은 저작물, 즉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표현된 창작물’을 보호한다. AI 커버곡들이 원곡 작곡·작사자들에게 저작권료를 내고 있는 이유다. 다만 원작자나 원곡자의 사전 동의 없이 음원을 제작, 배포하는 행위 자체를 저작권 침해로 보고 그 여부를 다툴 여지가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AI 커버곡 같은 경우에도 원작자에게 저작권료가 발생된다”면서도 “문제는 AI곡 제작 이전에 원작자의 동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건데 여기에 대한 법이 없어 관련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현행법상 ‘음성’은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AI 커버곡에 목소리가 활용된 음원 실연자를 보호할 장치가 없는 셈이다. 저작권법에 있는 실연자의 저작인접권과 민법의 인격권과 재산권을 적용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만, 사안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한계도 있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관계자는 “앞으로의 흐름을 지켜보고 거기에 맞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AI가 실연자의 가창, 연주나 그 스타일을 허락 없이 변형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동일성유지권’은 고인이 된 실연자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생성형 AI 콘텐츠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K팝 이외에 만화·영상·미술·출판 등 다른 분야에서도 저작권 문제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작가조합과 배우를 중심으로 “작가·배우 동의 없이 작품에 AI를 활용할 수 없도록 하라”고 요구하며 대규모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관련 문제가 앞으로 많아질 것”이라며 “AI 콘텐츠에 원작자가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늦지 않게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콘텐츠 저작권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2월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배포하며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저작권 권리자· 법조계·AI 제작업체 등 관계자들이 포함된 ‘AI 저작권 워킹그룹’을 만들어 관련 논의를 했다”며 “급변하는 환경에서 AI 저작권 문제와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라 올해에도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