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익숙한 듯 낯선 풍경 속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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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생 ‘부산풍경도’

박능생 ‘부산풍경도’. 캔버스에 수묵과 아크릴릭, 140×290cm, 2014.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박능생 ‘부산풍경도’. 캔버스에 수묵과 아크릴릭, 140×290cm, 2014.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창원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박능생의 ‘부산풍경도’는 부산 금정산에서 바라본 도시와 자연의 경계선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제작한 풍경화이다. 한 곳에서 원근법에 따라 그린 것이 아니라 부산 금정산의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사생한 것을 작업실에서 파노라마 형식으로 조합하여 제작하였다. 따라서 여러 시점이 한 화면에 섞여 있지만, 감상자는 거의 알아차릴 수 없다.

박능생은 캔버스에 수묵과 화려한 색의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여 빠른 붓질로 그림을 제작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먹으로만 그린 도시의 복잡한 풍경과 화려한 청록색을 입힌 나무와 산이 한 화면에서 대립하는 광경이다. 우리의 도시풍경이 산과 가까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작가는 이를 시각적 대립 양상으로 감상자에게 제시하여 친근하면서도 이질적으로 우리의 도시 생활공간을 표현하고 있다.

한편 그는 전통적인 제작 형식을 따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적인 방법도 병행한다.

이런 제작 형식이 가진 효과는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인 듯 아닌 듯 다가온다. 우리가 사는 익숙한 공간인 도시는 한편으로는 자연과 동떨어진 어색한 공간이기도 하다. 도시는 곳곳에 모르는 불안한 무언가를 가진 공간이지만 그것을 화려하게 화장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을 살고 있는 공간은 아는 듯 모르는 듯, 익숙한 듯 어색한 듯 다양한 모습을 가진 곳이다. 결국 도시와 자연은 우리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지만 미쳐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현재의 삶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작가는 어색하고 이질적인 도시공간을 살면서 전혀 느끼지 못하는 현대인의 역설을 보여주려고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감상자에게 낯설고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작품에서 저마다의 일상적 공간을 되새기게 하는 묘한 매력을 주고 있다.

김경진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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