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진위 예산 감소… BIFF 등 지역 영화산업 지원 절실
수익원 다각화와 자구 노력 적극 나서야
국고 지원 등 정부의 보완 대책도 시급해
올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100억 원 이상 감소했다. 영진위는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 탓이라 밝혔는데, 여하튼 그 피해를 지역 영화계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무엇보다 지역 영화 활성화를 지원하는 데 쓰일 예산이 전액 삭감됐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지역 영화산업에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진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포함한 각종 영화제 지원 금액도 작년의 반토막으로 줄었다. 영화인들 입에서 ‘절망’이나 ‘충격’이라는 단어가 절로 나오게 됐다. 영진위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형편에서 이들에겐 영진위의 전례 없는 예산 삭감은 사망선고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역 영화 지원 예산은 지역 영화 기획·제작은 물론 그에 필수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영화 전문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영화 관련 각종 교육·문화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는 12억 원이 배정됐다. 그런데 올해 해당 예산이 모두 삭감됨으로써 그 모든 일들을 폐기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각종 영화제 지원 예산도 올해 24억 원 정도로, 지난해에 비해 54%가량 감소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그나마 형편이 낫다고는 하나, 부산독립영화제나 부산평화영화제 등 군소 영화제는 존폐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지역 영화 생태계 자체가 파괴될 위기라고 하겠다.
영진위 예산이 급감한 데에는 영화발전기금이 고갈 상태에 이른 게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영화발전기금은 각 지역의 영화 기획·제작·개봉을 지원하고 한국 영화의 해외 진출도 돕기 위한 기금으로 영진위의 주요 재원이다. 그런데 이 기금의 지난해 말 잔여액이 40억 원에 불과하다. 이 정도 규모로는 영진위의 정상적인 운용이 사실상 불가능해 정부의 기금 출연 확대가 절실한 형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용인하기는커녕 오히려 영화발전기금의 원천인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마저 폐지를 검토하고 있어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부담금이 사라지면 영화발전기금 고갈을 재촉해 영화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일차적으로 영진위의 책임이 크다. 보다 정밀한 논리로 정부를 설득해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화발전기금의 고갈도 코로나19 사태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고는 해도, 영진위가 기금을 방만하게 운용한 결과임은 부인하기 힘들다. 영진위는 이제부터라도 기금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등 자구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정부에게도 지금껏 쌓아 올린 한국 영화, 특히 우리 문화의 다양성을 담보하는 지역 영화의 위상을 지켜내야 할 의무가 있다. 부담금 폐지만 강요할 게 아니라 영화산업 육성을 위한 국고 지원 등 보완 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