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 사활 건 증권사…“370조 시장 잡아라”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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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GDP 대비 14.5% 수준…MOU 체결 등 사업 준비 ‘활발’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증권업계가 ‘370조 원’ 시장 규모로 평가받는 토큰증권발행(STO)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다. STO 시장 개화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자체적인 플랫폼 개발과 업무협약(MOU) 체결로 미래 먹거리 사업 진출을 대비 중이다.

■STO로 바빠진 증권업계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한국투자증권은 온라인 아트 플랫폼 아투(Artue) 운영사 아비투스 어소시에이트와 STO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STO는 기업이나 개인이 소유한 실물자산과 연계된 토큰증권(ST)을 발행해 필요로 하는 자금을 조달하는 제도다. 즉 증권성 있는 권리를 디지털화한 것을 의미한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미술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투자계약증권 공급을 위해 상호협력한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 인프라를 맡고, 아비투스 어소시에이트는 미술 시장에서 검증한 서비스 역량을 결합해 우량 미술품의 자산유동화를 적극 추진한다.

IBK투자증권과 코스콤도 지난달 30일 토큰증권 사업에 손을 잡았다. 양사는 코스콤의 STO 공동플랫폼을 기반으로 금융과 블록체인을 결합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다수 증권사들도 STO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TO 시장의 성장 잠재성을 예견해 해당 사업에 미리 선점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증권사들은 토큰증권 사업자와 협약을 맺거나 자체적인 플랫폼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월 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과 손을 잡고 토큰증권 협의체 ‘한국투자ST프렌즈’를 결성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토큰증권 발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발표 중이다.

하나증권은 갤럭시아머니트리·루센트블록·프린트베이커리·크리시아미디어·다날엔터테인먼트 등 조각투자 관련 사업자와 MOU를 통해 사업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갤럭시아머니트리는 지난해 8월 디지털사업본부 아래 ‘디지털자산팀’을 조직해 토큰증권 사업을 주도할 조직을 꾸리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토큰증권 통합플랫폼 개발에 착수한 상황으로 올해 중 플랫폼 공개를 앞두고 있다. NH투자증권·KB증권·신한투자증권도 지난해 9월 ‘토큰증권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삼성증권·SK증권은 우리은행과 토큰증권 사업 기반을 준비 중이다.

■성장 잠재력 넘치는 STO

증권사들이 앞다퉈 STO 사업에 사활을 건 배경은 관련 시장의 성장 잠재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토큰증권 시장의 시가총액은 34조 원이다. 오는 2030년에는 367조 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는 GDP 대비 14.5% 수준이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증시(코스피·코스닥)의 시가총액이 2500조 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올해 주식시장보다 토큰증권 시장의 비중은 1.4%에 불과하다”면서도 “향후 성장 속도는 토큰증권 시장이 훨씬 빠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현재 토큰증권은 제도화되지 않았다. 조각투자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투자상품을 출시하려면 증권신고서를 제출 후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증권신고서가 통과돼도 장내시장이 개설되지 않을 경우, 시장에서 매매는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투자계약증권 상품은 주식처럼 발행(공모·청약)할 수 있지만, 상장 절차를 거쳐 한국거래소나 증권사 플랫폼에서 유통(매매)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거래소는 최근 STO 유통시장 개설을 위해 금융위원회에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신청했다”며 “금융위에서 장내시장 시범 개설 방안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최종 승인하면 토큰증권 유통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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