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선] 트럼프 ‘시즌2’ 가능성 고조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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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우선주의 예고, 통상·안보 분야 불확실성 대비해야

올해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1·2차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압승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 성사가 유력시된다. 트럼프(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의 재판 참석에 앞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는 모습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정치집회에 참석해 연설하는 장면. 로이터·AP연합뉴스 올해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1·2차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압승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 성사가 유력시된다. 트럼프(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의 재판 참석에 앞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는 모습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정치집회에 참석해 연설하는 장면. 로이터·AP연합뉴스

“재집권하면 중국에 60% 이상 관세를 물리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폭스방송에 출연해 예의 거친 입을 자랑했다. 이튿날에는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직격했다. “당장 토론하자. 10번은 어떠냐.” 공화당 토론은 생략한 채 곧바로 맞붙겠다는 자신감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올해, 트럼프의 기세가 심상찮다. 트럼프는 지난 1월 첫 번째, 두 번째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사실상 본선행을 확정 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는 트럼프로 시작해서 트럼프로 끝난다”는 말까지 있는데, 11월 5일 대선 결과가 그 열쇠다.

트럼프의 귀환은 국제 질서의 대대적 지각변동을 의미한다. 그가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내부 혼란과 갈등이라는 걷잡을 수 없는 결과가 예상된다. 어느 쪽이든 지구촌 전체의 향방을 쥐고 있다. 특히 한국 입장에서는 경제·안보 환경의 급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을 가늠해 보고 그 대응 방안을 서둘러 궁리해야 하는 이유다.

트럼프, 대세론 굳힐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치러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50%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로 승리했다. 당원뿐 아니라 일반 유권자도 참여하는 경선에서의 승리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세론’의 확인이다. 결국 미국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전략과 정책이 통하고 있음을 뜻한다. 역대 사례를 보건대, 처음 두 번의 경선을 잇달아 이긴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모두 최종 대선 후보로 지명된 바 있다.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 후보가 될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재대결이 유력하다.

공화당 경선의 다음 격전지는 2월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다. 트럼프의 대항마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정치적 고향이라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미 대선의 1차 분수령은 3월 5일 ‘슈퍼 화요일’이라 할 수 있다. 16개 지역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동시 경선이 치러지는 이날, 대의원 36%가 결정된다. 그런 만큼 7월 전당대회 전에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조기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 전날인 3월 4일 트럼프에 대한 첫 재판이 시작된다. 트럼프는 2021년 의사당 폭력 사태에 연루돼 형사 기소된 상태다. 내란 선동, 기밀문서 유출 등 혐의가 91개에 달하는데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최대 변수로 꼽히는 이른바 ‘사법 리스크’다. 하지만 낙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최종 판결도 대선 투표일 전에 나올 확률은 희박하다.

세계가 긴장하는 미국 최우선주의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지구촌의 근본적 변화가 예상된다. 그 요체는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보다는 ‘힘이 곧 정의’가 되는 세상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무엇보다 ‘미국 최우선주의’의 강화다.

군사·안보 측면에서 트럼프의 기본 입장은 더 이상 미국이 세계 경찰의 역할을 맡지 않겠다는 것이다. 동맹국의 안보는 전적으로 해당 국가에 맡긴다는 발상이다.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기존의 동맹 관계나 전략적 가치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미국의 해외 분쟁 개입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은 축소되거나 중단될 게 분명하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서도 바이든과는 다른 노선이 나올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흐름과 상반되는 통상 정책이 유력하다. 모든 수입 품목에 대한 10%의 기본관세 부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불공정 무역으로 막대한 이득을 거두는 나라로 중국을 지목해 왔다.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은 기후변화와 인권 문제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바이든 행정부의 관련 의제들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도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트럼프 재집권 땐 한국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말 미국 헤리티지 재단이 공화당의 정권 교체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을 크게 늘리도록 강력히 독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터무니없는 억지를 통해 상대를 마구 흔드는 것이 트럼프의 스타일이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에 대한 방위비 대폭 증액 요구가 또다시 몰아칠 것으로 관측된다.

보호무역주의로 한국 경제가 받는 타격은 그 정도를 추산하기조차 힘들다. 10% 기본관세 부과는 특히 치명적이다. 국제교역이 위축되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대단히 불리하다. 세계 경제의 블록화가 가속화할 경우 한국의 경제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자동차 같은 주력 산업이 다양한 대외 위기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IRA의 핵심 분야인 친환경과 신재생에너지에 지속적인 반감을 드러낸 인물이다. 이어지는 수순은 IRA의 폐기 혹은 전면 수정이다. 이게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이어지면 미국 시장에서 대규모 투자·판매 실적을 거두고 있는 한국 자동차·배터리 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통상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특정 지역에 의존하지 않는 수출 시장·공급망 다변화가 관건이다. 관세 충격을 버틸 기술 경쟁력의 확보에서 길을 찾는 수밖에 없다. 이는 트럼프 재집권과 상관없이 우리 경제의 생사가 걸린 문제다.

한반도 위기관리, 중대한 변곡점

“동북아시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 정세가 1950년 6월 초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 지난달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는 한 외교·안보 전문지를 통해 2024년을 이렇게 내다봤다. 지난해 초부터 북한 매체에 등장하는 전쟁 준비 테마가 전형적인 허풍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재집권은 한반도 문제와 직결되는 중대한 변곡점이 된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트럼프가 ‘한국 방어’라는 미국의 기존 약속을 이행할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의 확장 억제 강화를 명시한 워싱턴 선언 및 한미일 3국 공조가 헐거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한편으로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를 꾀할 가능성이 있다. 제재 완화를 대가로 핵 동결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다. 북한도 이걸 노리고 있는데, 여기서 한국은 배제될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구성과 역할에 대한 조정도 예상된다.

우리 정부가 이 대목을 직시해야 한다. 모든 사안에서 관성적으로 미일 일변도 외교에 매달리는 건 위험하다. 중국과의 외교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위험 분산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고, 북한과의 군사 충돌 가능성을 줄이는 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체 방위력 확충을 통한 자강(自强)도 중요하지만, 미중 패권 다툼의 완충지대 확보를 위한 대외적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트럼프의 대외 정책은 이익과 거래를 기반으로 한다. 과거 한반도 정세를 극한 대결에서 극적 대화로, 다시 긴장으로 흔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트럼프 2기는 더 독한 ‘시즌2’를 예고하고 있다. 불확실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만이 살길이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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