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네바다 사막에서 만난 공공예술, 세븐 매직 마운틴
아트컨시어지 대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5번 고속도로를 따라 라스베이거스 남쪽으로 가는 길에 마주한 ‘세븐 매직 마운틴(Seven Magic Mountains)’의 특별함은 잊을 수가 없다. 네바다 사막의 고요함 한가운데 다채롭게 쌓인 7개 타워 형태의 바위는 낯선 풍경을 통과하는 여행자들의 길을 표시하는 돌무덤이 연상된다. 하지만 다가갈수록 천연색과 형광색으로 칠한 높이 9m가 넘는 거대한 돌탑의 유니크함과 크기에 압도당하게 된다. 네바다주와 인접해 있는 유타주 브라이스 캐니언의 침식형 자연 암석 첨탑을 모티브로 했다.
공공예술은 작품이 위치한 장소의 정체성을 재정의한다. 우고 론디노네가 만든 세븐 매직 마운틴이 대표적이다. 론디노네는 방문객이 사막이라는 공간과 인간의 개입 역사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초대한다. 그리고 네바다주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예술 도시로서 라스베이거스를 주목하게 한다.
세븐 매직 마운틴은 공공예술이면서 ‘대지예술(Land Art)’이다. 동시에 ‘사이트 스페시픽 아트(Site Specific Art·장소 특정적 미술)’이다.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지만, 작가는 라스베이거스 인근 네바다 사막에 설치했고, 형형색색의 돌탑은 화려한 조명으로 덥힌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번화가의 카지노 호텔을 상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은 라스베이거스와 네바다주의 문화 발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공공·민간 파트너십으로 지난 2016년 5월 만들어졌다. 라스베이거스의 아리아 리조트 & 카지노 호텔, 미국 의류 브랜드인 바나나 리퍼블릭, 네바다주 관광교통국 등이 메인 스폰서 역할을 했으며 론디노네의 전속화랑 격인 글래드스톤이 네바다주 미술관과 협업해서 탄생했다. 위치가 사막 한가운데다 보니 공공기관과 협상, 허가 절차, 탐색, 설치 공정별 엔지니어링, 그리고 토목공사까지 준비하는 데만 4년이 걸렸다.
처음 계획은 2년 동안 전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놀라운 성공으로 인해, 작가는 현재 위치에서 작품을 계속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강한 열망을 표명했고 현재까지도 무기한 전시 중이다.
회화와 조각뿐 아니라 사진, 건축,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으로 알려진 스타 작가 론디노네의 작품은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다. 테이트 리버풀 미술관 야외에 있는 리버풀 마운틴도 같은 예이다. 세븐 매직 마운틴과 유사한 작업이었는데, 테이트 리버풀 30주년을 기념하는 야외 조각이자 론디노네의 영국 최초 공공 예술작품이었다. 국내에는 2022년 국제갤러리 서울 K3에서 소개된 바 있고, 부산에도 수영구 망미동 F1963 야외 소리길 끝자락에 론디노네 작품 한 점이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