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움직임, 생명력을 느끼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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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몽주 ‘떠다니는 조각들’전
23일까지 유니랩스 갤러리
공간 대한 신선한 해석 눈길


손몽주 ‘on the see’ 손몽주 ‘on the see’

20여 년째 부산에서 다양한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손몽주 작가. 손 작가의 작품은 한 번 보면 바로 기억할 정도로 인상적이고 강렬하다. 엄청나게 큰 고무 밴드들을 벽에서 벽으로 연결하며 공간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았던 밴드 시리즈는 미술판에서 손 작가의 시그니처로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부산 바다와 강에 떠다니는 부유물들을 보며 죽은 것 같지만 끝없이 움직이는 모습에서 안쪽의 생명을 느꼈다. 자신의 시그니처인 밴드에 부유물을 달거나 천장에 부유물을 달아서 밴드 시리즈에서 부유 시리즈로 발전시켰다.


손몽주 고무밴드 작품. 부산일보DB 손몽주 고무밴드 작품. 부산일보DB

밴드와 부유물, 움직임과 공간을 파고들었던 작가는 자연스럽게 다음 작업인 스윙 시리즈로 넘어갔다. 부유물들을 모아 두 개의 커다란 조형물을 세우고 중간에 그네를 달아 관객이 직접 그네를 탈 수 있도록 설치했다. 부유한다는 것은 불안과 위험을 의미하지만, 중력을 거스르는 자유를 뜻하기도 한다. 관람객은 그네를 타며 표류와 자유, 균형잡기를 두루 경험하게 했다.


지난해 바다미술제에서 선보인 손몽주의 ‘일광 스윙’. 부산일보DB 지난해 바다미술제에서 선보인 손몽주의 ‘일광 스윙’. 부산일보DB

스윙 시리즈는 지난해 열린 2023부산바다미술제에서 관람객이 많이 몰린 인기 작품 중 하나였다. 노란색의 커다란 조형물, 그 둘을 이어준 그네는 바다를 향했고 관람객을 그네를 타며 일광의 넓은 바다를 조망했다. 바다미술제에서만 느끼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손 작가의 지난 작업을 다소 길게 설명한 건 현재 유니랩스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떠다니는 조각들’ 전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작업과 확연히 구분되는 차이가 있기는 하다. 20여 년 대형 설치 작업을 선보인 손 작가가 이번 전시는 소형 조각들로만 2개의 전시실을 꽉 채웠다는 점이다.

“저의 작업을 좋아했던 팬들이 집에서도 선생님의 작품을 느끼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 작품 철학을 담으며 동시에 아트페어에서 구입할 수 있는 소형 조각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말도 많이 들었죠. 작가와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관객의 요구가 저에겐 행복한 고민이 되었죠. 이번 전시 작품이 그 결과물인 셈이죠.”


손몽주 ‘yellow band’ 손몽주 ‘yellow band’

손몽주 ‘yellow band’ 손몽주 ‘yellow band’

거울과 아크릴, 스테인스 재질로 만들어진 손 작가의 작품은 작지만 작가가 지금까지 했던 밴드와 부유, 스윙의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가장 밝고 빛나는 색, 노란색을 주요 색으로 정한 건 새싹, 병아리처럼 막 태어난 느낌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윙과 부유 시리즈에서 움직임을 가져오고, 밴드 시리즈에서 보인 선의 매력까지 느낄 수 있다. 벽에 걸린 작은 조각에선 파동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손몽주 ‘핑크생성띠’ 손몽주 ‘핑크생성띠’

손몽주 ‘생명체조각’ 손몽주 ‘생명체조각’
손몽주의 미디어 영상 작품. 손몽주의 미디어 영상 작품.

메시지도 있지만 사실 이번에 선보인 소형 조각들은 형태가 예뻐 집안 분위기를 바꿀 인테리어 오브제로 무척 사랑받을 것 같다.

3개의 전시실 중 1개는 손 작가의 지난 작업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아카이빙 방으로 꾸몄다. 재미있게 만들어진 영상을 먼저 보고 두 개의 전시실을 천천히 돌아볼 것을 추천한다. 전시는 23일까지 열린다.

글·사진=김효정 기자 teresa@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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