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감기 앞둔 비트코인, 1억 원 찍을까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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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감기 때마다 가격 상승곡선
2020년에도 675% 급등 전례
물량 확보한 기관이 공급 좌우
"기대감 가격에 벌써 반영돼"

다음 달 비트코인 반감기를 앞두고 가격에 대한 전망이 분분하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9600만 원을 돌파한 모습. 연합뉴스 다음 달 비트코인 반감기를 앞두고 가격에 대한 전망이 분분하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9600만 원을 돌파한 모습. 연합뉴스

다음 달 비트코인 ‘반감기’를 앞두고 낙관론과 회의론이 엇갈리고 있다. 낙관론은 여전히 뜨거운 비트코인의 수요에 따라 1억 원 돌파를 보고 있다. 반면 회의론은 기관 투자가들의 참여로 공급량 해소가 불안정해 가격 조정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다.

■공급 줄고 수요는 증가

전문가들은 반감기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효과로 비트코인이 1억 원을 손쉽게 돌파한다고 예상했다. 반감기와 ETF가 수요 확대를 이끌어 투자심리를 자극한다는 해석이다.

가상자산 투자 전문 헤지펀드인 판테라 캐피털의 코스모 장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반감기가 공급을 통제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는 현물 ETF 승인으로 자금이 매일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며 “이번 반감기는 비트코인 역사상 처음으로 공급과 수요 측면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4년을 주기로 전체 발행량이 제한된 비트코인의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2009년 비트코인이 처음 생성된 후 2012년, 2016년, 202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반감기를 맞았다. 블록당 채굴 보상은 1블록당 2009년 50개에서 2012년 25개, 2016년 12.5개, 2020년 6.25개로 줄었다. 오는 4월 반감기에는 3.125개로 줄어들 예정이다.

통상 반감기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의 공급량이 2100만 개로 한정된 최초 발행량의 절반으로 점차 줄어들고, 수요는 높아 가격 상승을 이끌기 때문이다. 즉 비트코인의 반감기로 희소성은 높아지는데, 매수하려는 욕구는 크기에 가치를 높인다는 얘기다. 최근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비트코인 가격은 반감기 이후 급등세를 연출했다. 2012년 첫 번째 반감기에는 1년 이후 가격이 10달러에서 100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9500% 가까이 폭등한 수준이다. 두 번째 반감기인 2016년에는 2600달러로 3000% 이상 올랐다. 세 번째 반감기인 2020년에도 5만 8000달러까지 치솟아 1년 이내 675% 상승했다.

■기관의 시장 진입 ‘변수’

하지만 이번 반감기는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과거에는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비트코인의 물량을 해소했다면, 비트코인 ETF 승인으로 기관이 시장에 대거 진입했기 때문이다. 기관이 대규모 자금을 통해 비트코인을 대거 확보하면서 공급량 해소가 이전과 같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대금은 미국 투자시장에서 연일 최대치를 찍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현물 ETF의 일일 거래량은 100억 달러를 돌파해 상장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화로는 약 13조 3000억 원에 달한다.

ETF 운용사 10곳의 총자산은 500억 달러를 돌파해 ETF 사상 최단 기록을 새로 썼다. 이는 올해 초 현물 ETF 승인 이후 50일도 채 걸리지 않은 시간이다.

앞선 3차례의 반감기 때 세계 경제 상황이 좋아지자, 비트코인도 활황 분위기에 탑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차 반감기였던 2012년에는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가 1315에서 2013년 말 1818까지 상승곡선을 그렸다.

2차 반감기 때는 이더리움의 등장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활기를 되찾았고, 3차 반감기에도 제로금리에 가깝던 코로나19 시절이라 양적완화 기조로 유동자금이 시장에 대거 풀렸다. 시장에 풀린 유동자금은 가상자산과 주식시장에 흘러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번 반감기는 이미 비트코인 가격이 역사상 최고점을 돌파해, 오히려 반감기가 가격 조정에 빌미를 제공할 것이란 전망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기관 자금이 대거 유입됐고,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이 가격에 선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JP모건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채굴 비용 상승 여파로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4만 200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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