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의료 강화·지역의사제 도입' 목소리 경청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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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이 아닌 수익 위한 집단행동 안 돼
몇 명보다는 어떻게 늘리느냐 더 중요

11일 오전 경남 양산시 부산대 양산캠퍼스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관련해 부산대병원·부산대 교수진과 의대생 등 70여명이 정부에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11일 오전 경남 양산시 부산대 양산캠퍼스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관련해 부산대병원·부산대 교수진과 의대생 등 70여명이 정부에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가 극단적 대립 국면을 이어 가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서도 집단행동을 반대하고 국민 건강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정부의 의료 개혁은 의료 공백으로 소외되는 환자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귀담아들어야 할 이야기라는 생각이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만난 ‘다른 생각을 가진 전공의·의대생 모임’(다생의) 소속 전공의 A 씨는 공공의료 강화와 지역의사제 도입 없이는 미래가 없다고 말한다. A 씨를 포함해 다생의 소속 전공의들은 의사로서의 신념에 따라 지금도 병원 현장을 지키고 있다.

다생의 소속 전공의와 대학생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대생 동맹 휴학과 전공의 집단 사직에 동의하지 않는다. 의료계 집단행동이 공익에 대한 고려보다 미래 수익을 위한 반대 측면이 강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의대 증원에 절대적으로 찬성하는 건 아니다. 2000명 증원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늘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A 씨도 공공의료에 대한 고민 없는 증원은 수도권의 피부과나 성형외과같이 미용에 종사하는 의사만 늘리고 수익 경쟁만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의료계 내에서 집단행동에 반대하는 이들에 대한 색출 작업이나 낙인 찍기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정말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A 씨와 같이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전공의가 익명으로 인터뷰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개탄스러운 일이다. 실제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전공의 목록이 이른바 ‘참의사 리스트’로 떠돌고 내부에서 비난 목소리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이야기는 귀를 의심케 한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자제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있다고는 하지만 의사들의 폐쇄적 집단 문화가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런 행태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다만 다생의 목소리를 의료계 갈라치기에 이용하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의료 대란에는 정부의 일방적 정책 밀어붙이기와 의료계 집단행동만 있지 환자는 없다. 그래서 묵묵히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이들 의사의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린다. 이들의 주장대로 정부와 의료계는 지금이라도 몇 명을 증원할 것인가를 놓고 힘겨루기만 할 게 아니라 공공의료와 지역의료 강화를 놓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부산대 의대 교수회도 11일 대정부 호소문을 통해 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면서도 정작 지역 필수의료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는 해답이 없다고 비판했다. 무엇이 국민 건강을 위하는 것인지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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