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권자 현안 1순위 ‘공공기관 이전’, 지역 정가 긴장 [여론조사로 본 민심]
7개 지역구서 최우선 공약 꼽혀
민주, 중앙당서 산은법 개정 저지
선거 막판 악재될까 ‘전전긍긍’
국힘도 추가 이전 늑장에 책임론
KDB산업은행을 포함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부산일보〉 4·10 총선 1차 여론조사에서 여야 공통 공약으로 채택해야 할 지역 현안 1위로 꼽히자 지역 정가 내 파장이 인다. 그간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해 중앙당과 수도권 현역들이 노골적으로 반대해 온 탓에 지역 야권에서는 선거 막판 악재로 작용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 또한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일정을 연기한 까닭에 부산 국민의힘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부산일보〉와 부산 MBC가 공동으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8~9일 부산 중영도, 부산진갑·을, 수영, 동래, 금정, 해운대갑·을, 기장 등 9개 지역구 주민을 대상으로 소속 정당을 떠나 공통 공약으로 채택해야 할 지역 현안을 물었다. 그 결과, 금정·기장을 제외한 7개 지역에서 산업은행을 포함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지역별로는 △동래 31.3% △부산진갑 30.5% △수영 29.6% △해운대갑 28.8% △해운대을 28.5% △부산진을 27.4% △중영도 26% 등으로 집계됐다. 9개 지역 답변 비율을 단순 평균으로 계산해도 ‘산업은행 이전 등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27.2%로 집계되며 중·동부산 주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부산 총선 레이스에서 산업은행 이전 등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부산 여야는 촉각을 곤두세운 분위기다. 특히나 중앙당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핵심인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 처리를 저지한 민주당에서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현재 산업은행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태로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해있다. 부산 한 민주당 후보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시민들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대 현안으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우리 당에서도 시당 차원이 아닌 중앙당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당장이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불안감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관련한 그간 민주당의 실책에서 기인한다. 지난해 12월 13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현장 최고위원회 개최를 위해 부산을 찾았지만 지역 최대 현안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핵심인 산업은행법 개정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으며,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지역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특히 이를 두고 지역 야권에서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악전고투 끝에 입법하면서 추진한 민주당의 핵심적 가치와 노선인 만큼 원론적인 수준이라도 답변을 했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강하게 분출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 부산시당은 프레임 전환을 위해 이번 총선 1호 공약으로 ‘제22대 국회 임기 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내걸었다. 하지만 그간 중앙당과 수도권 부산 민주당 내에서도 뒷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다 오는 15일 이 대표가 부산시당 선대위 발대식을 위해 부산을 찾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자리에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을 경우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경우 민주당에 한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범위가 확대될 경우 국민의힘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직후 인수위에서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12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으며 공개적으로 약속하기도 했다. 특히 윤 정부 출범 직후 우동기 대통령 직속 균형발전위원장과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목소리로 ‘속도감 있는 추진’을 약속하며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정부 로드맵 발표는 당초 약속과 달리 총선 이후로 연기됐으며 올 초 정부의 ‘2024년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공공기관 이전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국토부가 1차 공공기관 이전 평가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연내 발표도 어렵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편, 〈부산일보〉 여론조사에서중동부산 9개 지역 주민들은 가덕신공항의 차질 없는 건설(21.2%·단순 평균), 부울경 메가시티 재추진(18.0%),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조속 처리(12.8%) 순으로 관심을 보였다.
어떻게 조사했나
본 여론조사는 〈부산일보〉와 부산MBC의 공동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서 지난 8~9일 △부산 금정(응답률 7.1%·응답 505명) △기장(7.7%·502명) △동래(7.0%·506명) △부산진갑(7.5%·500명) △부산진을(6.9%·502명) △수영(6.6%·510명) △해운대갑(6.5%·505명) △해운대을(8.2%·504명) △중영도(8.4%·504명)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했다. 조사에 사용된 피조사자 선정 방법은 통신사에서 제공받은 휴대전화(무선 100%) 가상번호를 활용해 무선 자동응답(ARS) 조사로 진행했다. 가중값 산출과 적용 방법은 올해 1월 말 기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를 기준으로 셀가중을 부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수영 95% 신뢰수준에 ±4.3%)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