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뿐인 판화를 만나보세요”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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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협주 ‘메타판화 SeinⅡ’전
디지털 방식, 독특한 컬러링
회화적인 요소까지 접목해
작가만의 고유한 판화 탄생

송협주 'SeinⅡ 002428'. 미광화랑 제공 송협주 'SeinⅡ 002428'. 미광화랑 제공

작업장 청소부터 시작해 오랜 세월 여러 단계를 거쳐 장인이 되는 방식은 시대가 변하며 대부분 사라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한 분야만 계속 파는 이들이 있다. 미광화랑 ‘메타판화 SeinⅡ’ 전의 송협주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문득 ‘장인’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송협주 작가는 부산 출생으로 서양화를 전공한 후 우연히 판화의 매력에 빠져 20여 년을 오직 판화 작업에 꽂혀 있다. 작가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판화로 석·박사 학위까지 받을 정도로 그야말로 온통 판화만 생각하며 살았다. 동판화 작업에 꼭 들어가는 질산 때문에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위험했던 순간도 있었다.

“회화와는 다른 판화 특유의 매력을 살리며 동시에 판화의 가장 큰 특징인 복제를 거부한 나만의 작품, 즉 복제가 안되는 고유한 표현 방식을 찾고 싶었어요. 질산이라는 재료가 가진 환경적인 폐해도 마음에 걸렸죠. 그래서 재료 역시 완전히 다르게 접근해 보자 싶었죠.”

말은 쉬워도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 할 수 있는 판화 방식을 찾는 건 무척 고되고 힘든 과정이었다. 송 작가는 묵묵히 밀고 나갔다. 환경에 피해를 주는 질산 부식 대신 레이저 기계를 사용해 판에 문양을 새기는 방법을 선택했다. 기계를 사용해 작가가 원하는 깊이와 농담 등을 정확하게 표현하기까지 정말 오래 걸렸다. 레이저로 판을 제작했지만, 찍는 과정은 전통 방식을 고수했다. 그렇게 흑백으로 시작된 작품은 점차 색이 들어가며 작품 표현과 깊이가 넓어졌다.


송협주 'SeinⅡ002337'. 미광화랑 제공 송협주 'SeinⅡ002337'. 미광화랑 제공

송 작가의 색 작업은 기존 판화 작가들이 하는 방식과 완전히 다르다. 사용하는 염료에서부터 도구, 물감을 뿌리는 방식, 배접까지 송 작가가 직접 개발했다. 물론 전통 판화의 기법도 함께 사용한다. 작가는 자신의 판화를 ‘메타 판화’라고 명명했다. 기존 창작 방식에 다양한 의문을 가지고 새로운 작품을 전개하는 것이 메타 예술이고 송 작가가 자신의 판화 기법을 찾아가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기 때문에 이런 단어를 들었단다.

송 작가만의 독특한 판화는 사실 작가들 사이에선 아주 유명하다. 전시가 열리면 작가들이 찾아와 어떤 물감을 사용했는지, 어떻게 색을 입히는지 질문을 쏟아낸다. 송 작가의 고생을 아는 갤러리 관계자와 주변 지인은 비법을 너무 자세히 알려주지 말라고 충고할 정도이다.


송협주 'Sein.02302'. 미광화랑 제공 송협주 'Sein.02302'. 미광화랑 제공

이번 전시에선 회화적인 요소가 더 강해졌다. 자아를 드러내던 모자, 비행기 형태가 많이 사라지고 색 사용도 씬 과감하다. 송 작가는 “좀 더 자유로워지고 순간적인 변화를 작품에 담아봤다”고 소개한다. 기존에 많이 사용했던 모자, 비행기 패턴을 이번에는 아예 지워버리기도 하고, 여러 개의 판화를 붙여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기도 했다. 같은 판으로 찍어 똑같은 문양을 가졌지만, 몇 가지 색을 입혀 완전히 다르게 보이게 만들기도 했다. 같은 문양의 다른 작품들을 찾는 재미도 있다. 전시는 20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에 선 송협주 작가. 김효정 기자 전시장에 선 송협주 작가. 김효정 기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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