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화점·대형마트도 우려하는 과일·채솟값 고공행진
유통업계도 농산물 고물가 잡기에 동참
정부, 상황 진정 때까지 협업 노력 긴요
최근 과일 가격을 필두로 신선식품 등 장바구니 물가의 오름세가 가팔라지면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같은 유통 업체들도 할인 행사를 통한 ‘고물가 잡기’에 나서고 있다. 물가 관리를 책임진 정부의 정책에 호응하는 형식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통 업체들까지 현재의 고물가 현상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유통 업체들은 산지 직송전 확대, 산지 대량 매입-대폭 할인 행사 연계로 체감 물가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인식처럼 지금의 고물가는 말 그대로 국민에겐 고통 그 자체나 다름없다. 고물가 고통이 조금이라도 진정될 때까지 이러한 협업과 노력은 이어져야 하겠다.
유통 업체들의 고물가 잡기 대상은 최근 물가 급등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과일과 식재료에 집중되고 있다. 국민들이 일상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직접적으로 고물가 현상을 실감하는 대상이 과일과 채소 등임을 감안하면 마땅한 품목 선택이다. 부산에서는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이 이례적으로 15일부터 나흘간 얼음골사과, 밀양 딸기의 산지 직송전을 열고 이마트도 일주일간 망고, 오렌지 등을 전년 대비 최대 60%까지 할인 판매한다고 한다. 롯데마트도 17일까지 저장 양파와 무를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벌인다. 예전엔 모두 큰 부담 없이 살 수 있었으나 지금은 정말 큰맘 먹지 않으면 한번 맛보기도 어려워진 품목들이다.
실제로 과일·채솟값이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의 핵심이라는 사실은 통계청 발표에서도 확연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시 3%대로 치솟았는데, 여기엔 1년 전보다 평균 41.2%나 폭등한 과일의 영향이 가장 컸다. 이는 1991년 9월 이후 32년여 만에 최고치라고 한다. 국민들이 특히 즐기는 사과와 귤이 ‘금사과’ ‘황금귤’로 불리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작년 여름철 집중호우와 올해 봄철 이상저온 등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이를 알았다고 해도 당장 현재의 수급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 고통스럽다. 지금은 유통업계와 협력 강화로 물가안정 시너지 효과라도 거두는 게 긴요한 때다.
지금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은 농산물에만 그치지 않고 거의 모든 경제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온 나라가 고물가로 난리인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먹거리의 물가 상승은 국민 생존과 직결되는 가장 절박한 문제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총력적으로 임하고 있는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조금 더 현장과의 정책 협업을 세밀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유통업계의 할인 행사 상시화와 품목 다양화, 식품기업들의 가격인하 등 정책 협업을 위한 노력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 복잡한 농산물 유통 체계를 개선하는 것도 서둘러야 할 일이다. 아울러 진행 중인 외국산 사과 수입을 위한 검역 협상도 늦지 않게 매듭짓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