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검다리] 치매로 고생하는 철식 할아버지
아들 부양 거부, 딸 연락 끊어
학대 신고에 '방임' 판정받아
방문요양 서비스 신청했지만
집 빼 달란 요구에 갈 곳 잃어
철식(가명·75) 할아버지는 치매 환자입니다. 최근 1년 사이에 증세가 악화했고, 이제는 오늘 아침에 밥을 먹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들, 딸내미가 있는데, 아버지를 저리 방치하고 있습니다. 좀 도와주이소.” 나이가 지긋한 철식 할아버지의 친구가 구청에 찾아 호소했습니다. 함께 찾은 철식 할아버지의 집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습니다. 신발을 신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더러웠고, 코를 막아야 할 만큼 냄새가 심했습니다. 단전이 돼 안방 형광등 하나만 겨우 켤 수 있었고, 전기장판을 사용할 수 없어 추위에 벌벌 떨어야 했습니다.
바로 자녀를 수소문해서 찾았습니다. 아들은 부양을 거부했습니다. 딸은 어린 시절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도의적으로 자녀 역할은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딸마저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렸습니다. 노인 학대로 신고됐고, 방임으로 학대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변한 건 없었습니다.
지역의 여러 복지기관과 협력해 철식 할아버지가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할아버지는 외출은 물론 병원 가는 것을 극도로 꺼렸기에 기초생활수급과 돌봄서비스를 신청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요양보호사 섭외마저 쉽지 않아 대청소까지 마무리된 후에야 방문요양서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한시름 놓았다며 한숨 돌리려는데, 집을 빼라는 퇴거 요구를 받았습니다.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곳은 경로당 건물 1층이고, 경로당 어르신 사이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참에 나가라고 합니다. 더 이상 봐 줄 수 없다고 합니다.
철식 할아버지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자녀들은 전화 수신마저 거부하며 침묵하고 있습니다. 치매 말고는 뚜렷한 신체 기능상 문제가 없다며 요양원 입소도 되지 않습니다. 병원 입원은 본인 거부와 보호자 동의가 없기에 쉽지 않습니다.
철식 할아버지에게는 충분한 시간과 안전한 공간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상황을 어렴풋하게나마 인지하고 받아들일 시간, 사회복지사를 믿고 병원에 한 번 가볼까 용기 낼 시간, 집에서 요양 서비스를 받으면서 생활이 가능한지 실험할 시간과 공간 말입니다.
어쩌면 철식 할아버지의 끝은 시설이나 병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그 끝에 당도하기 전에 이웃과 지역사회의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길 기대합니다.
△강서구청 생활지원과 신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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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자 ‘희망의 끈 놓지 않은 대호 씨’ 사연에 후원자 55명이 196만 6260원을, BNK부산은행 공감클릭을 통해 169만 1000원을 모아주셨습니다. 후원금은 연체된 여관 월세 상환과 이사할 집의 보증금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새로운 삶을 위해 도약하고 있는 대호 씨는 “응원하고 격려해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추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