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정 대치 한 달째… 극단 갈등 접고 접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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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도 사직 예고, 현장은 살얼음판
힘겨루기 대신 조건 없는 대화의 장 절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18일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18일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19일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시작된 의·정 갈등 사태가 한 달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전공의의 빈자리를 지키던 전임의와 의대 교수들마저 사직 행렬에 동참할 뜻을 밝히면서 의료 현장은 말 그대로 대란으로 치닫는 중이다. 애꿎은 환자들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건만 의·정 양측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모습이다. 대체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의 의지가 있기나 한지, 끝내 파국으로 가길 원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달은 사직 효력의 발생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이라 전공의들에게도 중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양측이 완강한 기존 입장만 고집하는 태도를 접고 대화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의·정 갈등이 지속되면서 전국 의료 현장은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다. 환자 곁을 떠나지 않은 의사들, 의사 업무 일부를 맡게 된 간호사들, 그리고 비상 상황에 투입된 구급대원들이 분투하고 있지만 대란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오는 25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전국 의대 교수들이 병원을 떠나면 의료 공백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될 게 분명하다. 의대 교수들은 2000명 증원을 못 박은 정부 정책을 먼저 거두라고 요구한다. 그러면서도 전공의 복귀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을 말하지 않는데, 이율배반이다. 이렇게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집단행동으로 정부를 굴복시키겠다는 오만에 다름 아니다.

다행히 무조건 증원 반대를 외치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대위를 이끄는 방재승 위원장이 18일 한 방송을 통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국민 없이는 의사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의대 교수들의 사직은 환자를 떠나려는 목적이 아니라 의료 사태의 해법을 찾기 위한 의미”라고 밝혔다. 4월이 가기 전에 해결해야 의료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그의 말에는 공감할 부분이 많다. 다만 환자를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는 교수들의 진심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으려면 무엇을 요구하기 이전에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에 나서는 게 먼저다.

예전과 달리 이번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한 달 동안 계속된 불편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의료 개혁에 대한 국민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의사들도 이번 사태가 의대생 유급과 전공의 행정처분, 병원의 줄도산 등 의료 파탄으로 이어지길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는 게 순리다. 정부도 퇴로 없는 밀어붙이기식 대응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화 창구를 열어놓고 있다고 공언했지만 아무런 결실도 보이지 않으니 국민들은 답답하다. 의사 증원은 물론 전공의 처우 개선, 필수의료 수가 문제 등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의·정은 힘겨루기 대신 합리적 대화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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