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막판 공천 악수에 국힘 부산 총선 판도까지 흔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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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당착 ‘재활용 공천’ 갈등

장예찬 전격 공천 취소한 공관위
부산진을 경선 탈락자 수영 공천
경선 경쟁자 배제 원칙에도 강행
청년·여성 아니어서 혁신도 없어
황당한 공천에 지역 정치권 시끌
장예찬은 결국 무소속 출마 선언

부산 수영에서 국민의힘 공천이 취소된 장예찬 후보가 18일 부산시의회에서 ‘잠시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하자, 곧바로 민주당 유동철 후보가 기자회견을 갖고 ‘여당은 기만적인 공천에 대해 사과하라’고 직격했다. 부산시의회 제공 부산 수영에서 국민의힘 공천이 취소된 장예찬 후보가 18일 부산시의회에서 ‘잠시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하자, 곧바로 민주당 유동철 후보가 기자회견을 갖고 ‘여당은 기만적인 공천에 대해 사과하라’고 직격했다. 부산시의회 제공

국민의힘 부산 수영구 공천의 파장이 확산일로다. 전날 공천관리위원회가 ‘막말’ 논란으로 공천을 취소한 장예찬 전 중앙당 청년최고위원의 후임으로 정연욱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전략공천하리라고는 지역 정치권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후보 등록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후보 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지역 연고가 있는 인사를 발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는데, 정 전 위원은 수영구는 물론 부산 정치권에 기반이 전혀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마 전 부산진을 경선에서 탈락한 인사를 인접 지역에 ‘내리꽂는’ 형태여서 지역 내부에서도 “말이 되지 않는다”는 부정적 반응이 거세다. 당장 장 전 최고위원이 이에 반발해 18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보수 텃밭’인 수영구 선거 판도가 요동칠 전망이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수영구 공천에 대해 “시간도 짧고, 현실적으로 새로운 분을 추천하는 것이 어려워 부산 지역 신청자 중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분을 후보로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전 위원은 부산진을 경선에서 현역인 이헌승 의원에 패했는데, 이 의원은 ‘동일 지역구 3선’에 적용되는 15% 비롯해 상당한 불이익을 받고 경선에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정가에서는 “수십 년 서울 살다가 출마한다고 이제 막 얼굴 비친 사람을 누가 알겠느냐”며 “경선을 붙여준 것 자체가 특혜”라는 말이 나왔다. 정 전 위원은 이후 지역구에 걸어둔 선거 현수막도 떼지 않은 채 사실상 총선 활동을 접었다.

정 전 위원은 공관위가 당초 제시한 공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관위 측은 전날 수영구 공천 문제를 논의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공천이 취소된 후보자는) 경선을 거쳐 유권자들이 선택했던 후보라는 점에서, 유권자 뜻을 존중해 경선 과정에서 탈락한 다른 후보자들의 공천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동일 지역 경선 경쟁자들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는데, 인접 지역구 경선 탈락자는 이와 다르다는 게 공관위 측의 판단인 셈이다. 수영구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 지역 경선에서 떨어진 사람은 경쟁력이 없는데, 옆 동네에서 떨어진 사람이 수영에 오면 없던 경쟁력이 생긴다는 말이냐”고 비판했다. 50대 후반인 정 전 위원은 여성도, 청년도 아니라는 점에서 ‘쇄신 공천’이라는 명분을 갖기도 어렵다.

정 전 위원의 경우, 지난해 말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중앙당 차원의 ‘인재 영입’을 통해 연고가 있는 부산진갑 공천을 노렸으나, 당 내부 사정 등으로 무산됐다. 이후 정 전 위원은 별다른 지원 없이 경선에 나섰고,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경선에서 떨어졌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장 전 최고위원의 갑작스런 낙마로 후임자 찾기에 쫓기는 상황에서 정 전 위원의 인재 영입을 논의했던 일부 인사들이 지역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이번 공천을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의 한 여권 관계자는 “지역의 일부 여권 인사들이 공관위 측에 갑작스러운 후보 교체 문제로 수영 지역이 크게 동요하는 만큼 지역 정서를 잘 감안해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아는데, 공관위가 터무니없는 공천을 했다”며 “지역 사정을 전혀 모르는 공관위원들이 특정인에게 휘둘린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초 장 전 최고위원은 경선 경쟁자인 전봉민 의원이 후임을 맡을 경우 승복할 마음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 의원도 경선 패배 직후 장 전 최고위원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하는 등 ‘선당후사’의 자세로 경선 후유증을 잘 극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전 위원의 공천 이후 장 전 최고위원 주변에서는 “이런 식은 곤란하다”는 불만이 쏟아졌고, 결국 이날 무소속 출마를 감행했다. 21대 총선 당시 수영구에서는 전봉민 의원이 56%, 민주당 강윤경 후보가 41%를 득표했다. 보수 팬덤이 두터운 장 전 최고위원이 끝까지 완주할 경우 보수 표 분산으로 민주당 우위 구도가 만들어질 공산이 크다. 부산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지금까지 부산 공천이 전반적으로 잘 이뤄졌는데, 막판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져 이전까지 착실하게 딴 점수를 다 잃었다”며 “공관위가 정말 큰 패착을 뒀다”고 한숨을 쉬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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