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적인 미와 내면의 아름다움, 모두 갖춘 사회 만들어 싶어요"
전혜정 상떼화장품 대표 인터뷰
카모마일 추출 '아줄렌 시리즈' 개발
전국 7000곳 피부 관리실 등 입점
'20년' 에스테틱 업계 절대강자 위상
부울경여성벤처협회 새회장 취임
사회복지시설·어린이병원 등 기부도
“여성 창업자들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습니다.”
에스테틱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부산의 향토 브랜드가 있다. 대기업과 수입 화장품의 공세 속에서 20여 년간 제품성으로 하나로 인정받은 부산의 ‘상떼화장품’이 그 주인공이다. 피부과, 피부관리실, 에스테틱숍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 상떼화장품은 피부 관리의 필수품으로 여겨지며, 오랜 기간 코스메틱 현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재 상떼화장품은 전국 7000여 곳의 피부 관리숍에 입점해 있다. 지난해엔 매출 140억 원을 기록, 매년 20%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상떼화장품 전혜정(62) 대표는 “상떼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제품의 뛰어난 경쟁력도 한몫하지만 ‘엄마 같은 마음’으로 피부 관리실 원장들을 도운 게 컸다”며 “엄마 된 마음으로 여성 창업인들을 돕다 보니 자연스럽게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믿음을 파는 화장품
전 대표가 피부 관리실 원장들의 ‘엄마’를 자처하기 전, 그도 두 아들의 엄마였다. 상떼화장품의 첫 시작은 서면의 한 미용실에서 시작됐다. 35년 전인 그때는 별도의 ‘에스테틱숍’이라는 개념이 부족했고, 미용실 한켠에 마련된 작은 공간이 전부였다. 전 대표는 그곳에서 손님들을 맞으며 피부 관리의 노하우를 익혔다. 전 대표는 “아들 둘을 키우기 위해 무엇이든 배워 일해야 했다”며 “다행히 손기술이 좋아, 마사지 등 피부 미용 기술이 적성에 맞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을 하던 중 화장품 개발에 관심이 있던 약사가 지인 중에 있었고, 2002년 함께 손을 잡고 상떼화장품을 세우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상떼화장품은 온라인을 통해 일반인도 쉽게 구매해 사용할 수 있지만, 초기에는 피부관리실 위주로 거래처를 확장했다. 피부관리실 현장에서 일했던 경력이 큰 도움이 됐다. 전 대표 “홍보수단이 마땅치 않아, 직접 발로 뛰며 영업을 했다”며 “제품이 좋다 보니 곧 입소문이 났고 많은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당시 개발한 화장품들은 지금도 여전히 상떼의 ‘베스트 셀러’다. 몇 번의 리뉴얼을 거치긴 했지만, 모태가 되는 제품은 20여 년전 개발한 제품 그대로다. 화장품은 신뢰를 파는 상품이다. 상품에 대한 고객의 믿음이 없다면 20여 년간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카모마일꽃에서 추출한 고농도의 ‘아줄렌’을 이용한 ‘아줄렌 수더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토너, 겔, 로션, 세럼, 앰플 등으로 구성된 상떼의 천연 화장품은 피부의 유수분 밸런스를 적절히 조절해 건강한 피부를 위한 기초체력을 높이는 제품이다. 전 대표는 “피부에 열감이 있으면 빨리 노화가 온다”며 “상떼화장품은 민감한 피부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며 피부 장벽을 건강하게 만들고 진정시켜 주는 데 목적을 둔 제품”이라고 말했다. 순한 성분 덕에 어린이부터 임산부까지 모두가 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 사바 온천 소금을 주성분으로 한 마사지겔 ‘셀리바이버’‘리포 레귤레이터’도 큰 인기다. 셀 리바이버는 통증 조절과 신체 순환에 효과적이다. 리포 레귤레이터는 부종과 셀룰라이트 조절에 탁월하다. 전 대표는 “얼굴뿐만 아니라 몸 전체의 독소 관리에 도움이 되는 마사지 제품으로 산후 부종 관리로 사랑 받고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 업계 롤모델이 되다
“당신의 성공이 우리의 행복입니다.” 상떼화장품 본사에 내걸린 슬로건이다. 문장에서 지목하는 ‘당신’은 에스테틱 업계에 막 뛰어든, 그리고 뛰어들 사람들을 가리킨다. 상떼화장품은 단순히 화장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예비 피부관리실 원장들이 필요한 자격증 취득 등 창업 준비 과정부터 피부관리실 오픈을 위한 상권 분석, 그리고 피부관리 기술 교육, 마케팅 등 에스테틱 시장 전반에 관한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지원한다.
고객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 추천법, 손님 응대법, 피부관리 기계 사용법 등 실전에 도움이 되는 노하우도 공유된다. 이 모든 교육은 무료로 진행된다. 과거 피부관리실에서 일하며 상떼화장품을 설립한 전 대표의 사업 철학이 반영된 부분이다. 전 대표는 “피부관리실 원장들이 잘 되면 자연스럽게 상떼화장품도 성장한다”며 “단순히 피부관리실 원장들에게 상품을 밀어 넣는 등 무리한 영업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부산역 근처 위치한 상떼화장품 본사에서 상시로 열리는 교육에는 이른 아침부터 전남,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온 많은 사람이 몰린다. 전 대표는 “상떼화장품을 무조건 구입, 또는 사용해야 교육을 들을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다”라며 “피부관리 창업 초기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성장을 계속 돕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을 받으러 온 참가자들이 내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고 말하는 순간, 그 순간이 참 기쁘더라”며 보람찬 순간을 떠올렸다.
■ 건강한 미래를 꿈꾸다
상떼화장품의 올해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K뷰티’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상떼화장품도 중국·일본 등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이다. 특히 자외선이 강한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마사지 등 피부관리 시장이 잘 발달되어 있고, ‘K팝’ 등 한류문화로 국내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3월 초 중국 광저우 화장품 박람회에 다녀왔고, 6월 태국, 11월 홍콩 등 화장품 전시회에 참가해 상떼화장품을 알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욕심이 없어요.” 기업의 대표가 입에 담긴 힘든 말이다. 하지만 전 대표는 인터뷰 내내 “큰 욕심 없다, 그저 내 주변 사람들이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랬다. 두 아들을 위해 상떼를 만들었고, 전국의 예비 피부관리실 원장들을 위해 피부관리실 창업을 돕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업이 성장했다. 이제는 부산의 여성 기업인들을 돕고자 한다. 지난 2월 전 대표는 2년 임기의 부산울산경남여성벤처협회장에 취임했다. 전 대표는 “나에겐 과분한 자리”라며 “무엇보다 팬데믹 이후 침체된 경기에 고초를 겪고 있는 여성 기업인들에게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간 네트워킹 강화에 초점을 두고, 스타트업·예비창업자들에게도 여성 기업인들이 멘토가 되어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떼’는 프랑스어로 ‘건강’을 의미한다. 상떼화장품은 외적인 미를 위한 제품을 만들지만,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사회의 내적 아름다움도 추구한다. 2018년부터 서구 마리아모성원에 후원 활동을 하고 있다. 마리아모성원은 출산의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숙식, 양육, 의료 서비스, 자립 지원을 제공하며 원활한 사회 복귀를 돕는 사회복지시설이다. 전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후원금을 모아 매달 전달하고, 특별 기획 상품을 구성해 수익금은 부산대어린이병원에 기부하고 있다"며 "상떼라는 이름처럼 내외적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형욱 기자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