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그 이상 ‘욱신욱신 지끈지끈’, 두통일기부터 써 보세요
편두통 증상과 치료법
박동성 발작과 메스꺼움 등 동반
연 60만 명 진료… 70%는 여성
두통 시작 전에 전구 증상 동반
급성기 약물 치료, 1시간 이내
잦고 강도 높다면 예방 치료도
유발 상황 추적해 미리 피해야
두통은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경험하지만 대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심지어 ‘꾀병’으로 오해한다. 특히 강도 높은 통증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편두통은 극심한 고통으로 일상 생활을 어렵게 하는데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은 많지 않다. 봉생기념병원 신경과 신재용 과장(뇌졸중센터장)이 “편두통은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중요한 질환”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일상 장애 두 번째로 큰 질환
편두통은 보통 맥박이 뛰는 듯한 두통 발작과 빛공포증, 소리공포증, 구역(메스꺼움)과 구토를 동반하는 만성 신경계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편두통 진료 인원은 60만 2906명이고, 여성(42만 626명)이 70.1%를 차지한다.
2019년 세계질병부담 연구에서 편두통은 전체 질병 가운데 장애 원인 2위를 차지했다. 204개 국가에서 369개 질병·부상 가운데 요통 다음으로 일상 생활에 초래한 장애가 컸다는 의미다. 15~49세 여성에서는 편두통이 1위였다.
신재용 과장은 “일반적으로 뇌신경 중 삼차신경 혈관계의 활성화가 편두통 발생에 영향을 미치고, 이 과정에서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혈관 확장과 염증 발생, 통증 신호 전달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편두통을 진단하는 임상적 기준은 △두통의 지속 시간이 4~72시간 △통증 특성이 ①일측성(한쪽 머리에서 발생) ②중등도 또는 심한 통증 ③박동성 ④일상 생활에 의해 악화 중 2가지 이상 △동반 증상이 ①구역 또는 구토 ②빛공포증, 소리공포증 중 1가지 이상일 때다. 다른 뇌 질환과 감별하기 위해 CT나 MRI 같은 뇌영상검사를 시행할 수도 있다.
편두통 환자 10명 중 8명 정도는 두통 시작 전 2~48시간 사이에 편두통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전구 증상을 겪는다. 졸림, 피로, 무기력감, 하품, 집중력 저하, 예민감 등이 대표적이다. 목이 뻣뻣하거나 갈증이 나고 입맛이 없거나 반대로 식욕이 증가하기도 한다.
전구 다음 찾아오는 조짐은 편두통 발생 직전이나 두통 초기에 나타나는 국소 신경학적 증상이다. 시야의 일부가 일렁거리거나 찌그러져 보이거나 흐리게 보이는 시각 조짐, 입술 또는 손발 끝이 저리거나 감각이 떨어지는 감각 조짐 등이 있다.
이밖에 어지럼증이나 안구 통증, 구역,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 체할 때 두통이 같이 발생하는 사람도 편두통 환자인 경우가 많다.
■두통 유발하는 상황 피해야
편두통의 치료는 두통 발작이 있을 때 빨리 통증을 줄여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급성기 치료와 편두통의 빈도와 강도, 지속 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예방 치료로 나뉜다.
신재용 과장은 “모든 편두통 환자는 두통이 발생하면 급성기 약물 치료가 필요하고, 증상 발생 1시간 이내에 급성기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성기 치료 약물로는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 트립탄계 약물, CGRP 수용체 길항제로 게판트 계열의 약물 등을 쓸 수 있다.
편두통 발작이 잦거나 강도가 높다면 예방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편두통 발작으로 일상 생활에 큰 장애가 있는 경우, 편두통 빈도가 월 4일 이상으로 잦은 경우, 급성기 치료 약물 사용에 제한이 있거나 약물 과용이 있을 경우, 마지막으로 특정한 비전형 편두통(반신마비 편두통, 뇌간조짐 편두통, 지속 조짐 편두통, 편두통 뇌경색)이 있는 경우, 신경과 전문의 상담을 통해 예방 치료를 시행한다.
예방을 위한 경구 약물로는 일부 항우울증 약물과 혈압약, 항경련제 등이 있다. 주사 치료에는 보툴리눔 독소 A형과 CGRP의 작용을 억제하기 위한 단클론항체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편두통은 우울증, 불안증, 근골격계 통증, 뇌혈관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이 동반 발생할 확률이 높다. 신재용 과장은 “편두통 환자가 편두통이 없는 사람보다 뇌졸중(허혈성 뇌경색) 발생 빈도가 배 정도 높고, 특히 청년기 뇌졸중 환자는 약 4%가 편두통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조짐 편두통 환자가 흡연, 경구 피임제 사용 등 혈관 질환 위험 인자를 갖고 있다면 편두통만 있는 경우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9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신재용 과장은 “편두통 관리에는 ‘워라밸’의 생활 습관, 즉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수면과 스트레스 받지 않는 생활이 중요하다”면서 “환자가 편두통의 빈도, 치료 양상, 유발 요인 등에 대해 두통 일기를 쓰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과다한 카페인 섭취를 금지하고 평소 두통을 유발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비만과 과체중은 편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어 체중을 감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