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가·환율 들썩이는 3%대 고물가… 민생 잘 챙겨야
정부 잇단 대책에도 상승 흐름 못 막아
정치권 총선 전 ‘돈 풀기’ 경쟁 멈추길
물가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사과 등 농수산물 값은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일시 주춤한 듯하지만 상당수 생활필수품 가격이 급등해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특단의 조치 즉각 실행’을 외쳤지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는 찾아지지 않는다.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나 추세적으로 낮아지고는 있다는 정부의 주장도 대내외 사정을 고려하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구나 최근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까지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물가 상승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물가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정부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당초 정부는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 목표치로 2.6%를 제시했다. 하지만 지금 추세라면 달성이 불가능해 보인다. 당장 1년 후 물가 상승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지난해 말부터 줄곧 3%대를 기록 중이다. 물가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도 올해 들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물가가 앞으로 더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인데,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이미 3.1%를 나타냈다. 정부가 긴급가격안정자금을 투입하는 등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고물가 흐름을 막지 못하는 것이다. “물가 흐름이 평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전망은 그런 현실에 대한 솔직한 고백으로 들린다.
시중에선 오는 10일 총선이 끝나면 ‘진짜 고물가 시대’가 닥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총선을 이유로 그간 인상이 미뤄진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요금이 가장 유력하다. 정부는 지난 1월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 원칙을 내세웠지만, 천문학적 규모의 부채와 적자를 기록 중인 한전이 언제까지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거기다 국제유가와 환율까지 들썩인다. 올해 초 주춤하던 국제유가는 중동·우크라이나에서 긴장이 고조되면서 최근 다시 급등했다. 달러화 강세에 따라 상승 추세인 원-달러 환율은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이래저래 어두운 전망이 민심을 짓누른다.
지금껏 정부의 물가 대책은 다분히 즉흥적이고 땜질식이었다. 대대적인 지원 정책도 대부분 국민 세금으로 물가 인상분을 메꾸는 방식이다. 이런 대책은 금방 한계에 부닥치기 마련이다. 이제부터라도 물가 형성 과정을 면밀히 추적해 지속적인 개선 방안을 찾아내는 게 옳다. 공공요금 관리에서도 선제적으로 인상 요인을 완화·분산하는 등 운용의 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정치권도 물가 잡는 데 그 책임을 다 해야 한다.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무차별적인 ‘돈 풀기’ 경쟁은 물가 상승 불길에 기름 붓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현시점에서 민생 살리는 첩경은 바로 물가 안정임을 정부와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