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위기감' 한동훈 하루 7곳 돌며 "부산 되살리겠다"
1992년 롯데자이언츠 우승 빗대
"승리 이끈 염종석처럼 완전 소진"
육아휴직·부가가치세 기준 상향
소상공인 표심 잡기 위한 공약도
이재명·조국 겨냥 비판 이어가
"복수 대신 시민 위한 정치할 것"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공식 선거운동 개시 이후 처음으로 부산을 방문했다. 올해 들어선 네 번째 방문으로, 한 위원장은 이날 부산에서 이례적으로 하루 일정 대부분을 녹여냈다. 이는 야당세에 휘청이는 부산·경남(PK) 국민의힘 지지율에 당 지도부가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부산을 되살리겠다”며 지지를 거듭 호소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부산의 모든 유세 현장에서 1992년 롯데 자이언츠 우승 당시처럼 부산의 전성기를 되돌려 놓겠다는 ‘롯데 야구 유세’를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사상구에서 “지난 1월 부산 유세에서 1992 티셔츠를 입은 적이 있다. 그해가 부산의 낭만의 시절이었던 점을 잘 안다”며 “당시 저랑 동갑인 염종석 선수가 고졸 신인으로 롯데에 입단해 롯데를 우승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부산진구 부전역 일대에서도 “서울 사람인 제가 한 사람이 진심을 다 해 뜻을 이루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 역시도 염종석 선수처럼 완전히 소진되도록 부산 시민들이 꼭 선택해 달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최신식 사직야구장을 바란다면 꼭 국민의힘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부산이 따뜻하다며 입고 있던 빨간색 점퍼를 벗고 남색 셔츠에 검은색 바지, 흰색 운동화를 신고 유세를 진행했다. 그가 가는 유세장마다 많은 인파가 몰렸고, 일부 시민은 한 위원장에게 꽃다발을 건네주기도 했다.
그는 소상공인 표심 잡기에도 공을 들였다. 한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민생토론회에서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을 1억 4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했는데, 저는 2억 원까지 파격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가계와 생계가 힘든 자영업자를 위해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하기를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에 제안한다. 해당 법안은 미루지 말고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겨냥하며 “복수를 위해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 시민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저는 정치에 데뷔한 지 90일밖에 되지 않아 여러분에게 기회를 받은 적도 없다”며 “제가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처럼 거짓말을 하겠는가. 오로지 여러분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후보들도 일 할 기회를 달라며 간곡하게 요청했다. 국민의힘 김대식 사상 후보는 한 위원장 발언 후 마이크를 이어 잡아 “정말 22대 국회에서 일하고 싶다”며 “윤석열 정권이 3년 남았는데, 그 기간 우리가 추진해온 모든 사업을 다 완성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한 위원장은 사상구를 시작으로 영도구·남구·부산진구·해운대구 등 부산 지역 7곳을 방문했다. 이어 경남 창원시 진해구와 성산구, 경남 김해시를 끝으로 지원유세를 마감했다. 앞선 두 번의 방문에는 부산 북갑(전재수), 사하갑(최인호) 등 민주당 재선 현역 의원들이 버티고 있는 낙동강 벨트를 위주로 방문한 것과 달리 이날은 부산 전역을 훑다시피 했다. 이는 부산의 민심이 심상치 않자 야당세 확장을 차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PK 여당 지지율이 전주 대비 최대 15%포인트(P) 떨어지거나,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에 밀린다는 결과도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8일~29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무선(97%)·유선(3%) 자동응답(ARS)·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한 결과, 부산·울산·경남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51.8%) 대비 15.3%P 추락한 36.5%로 조사됐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34.4%) 대비 2.5%P 오른 36.9%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내지만, 민주당이 PK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을 앞선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한 3월 4주 차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응답률 15.4%)에서도 PK 분위기는 비슷했다. PK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지난 3주 차 조사 대비 6%P 떨어진 37%를 기록한 반면, 민주당은 6%P 오른 29%를 기록했다. 급격한 지지율 하락에 ‘텃밭’ 민심이 버텨주고 있는 형국으로, 민주당이 PK에서 무섭게 따라붙으면서 여당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한편 이날 장예찬 후보의 무소속 출마로 유동철 민주당 후보, 정연욱 국민의힘 후보 3파전 구도로 진행되는 수영구는 부산 방문 일정에서 제외돼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막판 표심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일찌감치 정 후보 손을 들어주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 전화 조사원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