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뺑뺑이’ 대신 긴밀한 이송작전, 폐렴 환자 살렸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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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동아대병원 의료진이 환자 A 씨를 구급차로 이송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지난달 28일 동아대병원 의료진이 환자 A 씨를 구급차로 이송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전국 수련병원이 비상진료체계에 들어가면서 의료진 부족 등 복합적인 이유로 병원 간 전원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하는 소위 ‘응급실 뺑뺑이’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부산에서 ‘에크모’(인공심폐장치)까지 동원한 의료진의 노력으로 60대 폐렴 환자가 2차 병원에서 3차 병원으로 성공적으로 전원돼 치료를 받고 회복한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끈다.

3일 동아대병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5시 34분 부산의 한 종합병원의 호흡기내과 의사가 폐렴으로 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 A(69) 씨의 상태가 “약물치료에도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고 인공호흡기 치료 중이지만 산소 수치가 좋지 않다”고 동아대병원 중환자의학과에 전원을 요청했다.

당시 첫 연락을 받은 동아대병원 중환자의학과 이동현 교수는 “검토를 해보니 중증 환자지만 환자가 비교적 젊은 나이이고 당시 상태를 봤을 때 에크모 치료를 받으면 일상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해 전원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A 씨의 상태가 위중해 동아대병원까지 단순 이송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동아대병원 의료진이 직접 가서 A 씨에게 에크모를 삽입한 후 이송하기로 했다. 에크모 치료를 위해서는 에크모 장비와 시술을 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한데, 보통 상급종합병원 정도만 장비와 인력을 갖추고 있다.

파견된 의료진은 동아대병원 순환기내과 조상용 교수와 심혈관 조영실에서 근무하는 방사선사 2명, 간호사까지 총 4명이었다. 이들은 에크모 장비를 싣고 전원을 요청한 종합병원에 가서 A 씨에게 무사히 에크모 시술을 마쳤다.

오후 5시 34분 시작된 ‘A 씨 이송 작전’은 이날 오후 8시 11분 A 씨가 탄 구급차가 동아대병원에 도착하면서 마무리됐다. 동아대병원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정진우 교수, 중환자의학과 한미호 교수,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중환자실의 의료진이 모두 힘을 합치면서 A 씨의 이송이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었다. 이후 A 씨는 빠른 회복세를 보여 지난 1일 에크모를 제거하고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A 씨를 직접 이송한 순환기내과 조 교수는 “마침 우리 병원이 여건이 돼 전원을 결정했을 뿐인데 주목을 받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면서 “‘응급실 뺑뺑이’라는 아쉬운 표현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일부러 환자를 안 보려고 거부하고 ‘응급실 뺑뺑이’를 돌게 하는 의사는 없다고 본다. A 씨가 팀의 노력으로 무사히 치료를 받아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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