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택 "자연인들처럼 가진 것 내려놓으면 행복할 수 있어"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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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기 부산일보CEO아카데미
방송인 윤택 씨 '자연인' 특강
"자연 경험하며 소중함 깨달아"

방송인 윤택 씨가 지난 9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7기 부산일보CEO아카데미 강연에서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을 찍으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있다. 방송인 윤택 씨가 지난 9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7기 부산일보CEO아카데미 강연에서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을 찍으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있다.

“제가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뭔지 아세요? ‘자연인이 주는 음식 진짜 맛있나요’예요.”

지난 9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7기 부산일보CEO아카데미 수업에서 방송인 윤택 씨가 강연에 나섰다. 윤 씨는 ‘나는 자연인이다’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겪은 일을 이야기하며 웃음과 힐링의 시간을 만들었다.

“자연인들이 산속에 살다 보니 손톱에 때도 끼고 그럴 수밖에 없어요. 다들 어릴 때 그렇지 않았어요? 다 맛있게 먹습니다. 애벌레는 좀 위기였는데요. 아내와 아들 얼굴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래 돈을 벌어야지 하고 먹었어요. 의외로 고소한 맛이었어요. 그런데 두 번은 안 먹습니다. 하하. 그때 고생한 저한테 박수 한번 보내 주세요.”

강연장에 웃음이 넘쳤다.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의 시청자 연령대는 40~70대가 대부분이고, 그중 70%는 남성이라고 한다. 윤 씨가 “왜 중년 남성들이 자연인을 많이 볼까요?” 질문하자 “대리 만족”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여기 1971년생 있나요? 1971년생은 베이비부머 의 마지막 세대예요. 대한민국 인구가 정점을 이뤘죠. 1957년생부터 베이비부머 세대잖아요. 시골에서 크고 도시에서 돈 벌었던 그 세대가 은퇴하면서, 꼴 베고 개구리 잡던 시절에 대한 동경이 있더라고요.”

12년째 프로그램을 찍으면서 자신의 인생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어느 순간 제가 자연인처럼 생각하고 있었어요. 풀도 생명인데 싶어서 함부로 밟지 못하겠고, 고기를 먹어도 되는 건가 생각도 들고요. 몇 개월간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었다. “도심에 잔디밭들을 보면 ‘잔디 밟으면 아파요’ ‘잔디 보호’ 이런 팻말을 세우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잖아요. 말이 안 되지 않나요. 아이들이 잔디를 밟고 뛰놀고 해야 잔디가 좋은 거구나 느낄 수 있는데 말이에요. 자연은 직접 느끼고 경험해야 소중함을 알게 되는구나 깨달았죠. 자연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어요.”

윤 씨는 자연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며 퀴즈를 냈다. “피톤치드는 산 정상·중턱·아래 중 어디에 가장 많을까요? 정답은 산 아래입니다. 피톤치드는 공기보다 무거워서 아래로 가라앉아요. 그렇다면 하루 중 언제 가장 많이 배출될까요? 정답은 정오입니다. 휘발성이라 햇볕이 많을 때 많이 나온다고 해요. 점심 식사 후에 산 둘레길을 걸어 보세요.”

청중석에서 자연인을 어떻게 찾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작가들이 산골 지역의 위성 지도를 확대해서 봅니다. 깊숙한 산골에 사람이 살고 있는 듯한 집이 보이면 그 주변 환경을 보고 동네 이장한테 전화를 하지요. 그렇게 기본 정보를 얻은 후에 찾아가서 인터뷰하고 촬영 여부를 결정합니다.”

윤 씨는 6년 전부터 ‘자연인 비슷한 생활’을 한다고 했다. “경기도 광주에 자그마한 땅을 샀어요. 집은 못 짓는 땅이라 거기서는 자연인처럼 살 수밖에 없어요. 깨끗한 공기와 살아 있는 물 마시는 것도 좋고요. 텃밭을 가꾸면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여지고 건강해지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한 자연인을 예로 들면서 행복한 삶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자연인이 살고 있는 집과 마당이 쓰레기장처럼 너무 지저분하더라고요. 치워드릴까요 물었더니 아니래요. 잘해 놓으면 자꾸 누가 기웃거린대요. 명예와 돈을 과시하려고 집을 멋지게 짓는 순간 CCTV 달고 누가 훔쳐 가나 망가뜨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시작되잖아요. 가진 것들을 좀 내려놓으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거 같아요.”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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