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을 대한민국의 투자 성지로 만들고 싶다" 이정석 어센도벤처스 대표
올 상반기 부산으로 본사 이전
300억 모태펀드 운용사로 선정
지역 위한 투자금 들고 '귀향'
전문가 창업 각광받는 시대 올 것
“부산은 대한민국 투자업계 성지가 될 수 있고, 그렇게 만들고 싶습니다.”
부산 투자 생태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휘저어 놓을 대형 VC(벤처 캐피털)가 부산으로 본사를 옮긴다. 토스, 몰로코 등 손대는 기업마다 유니콘으로 ‘진화’시킨 어센도벤처스 이정석(48)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올해 상반기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 부산 투자 생태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에서 소위 잘나가는 VC인 어센도벤처스가 부산행을 결정한 이유는 뭘까. 이 대표는 “인구가 줄고, 역동성이 줄어드는 부산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며 “무엇보다 부산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어린 시절 부산 서면에서 나고 자란 이유도 크다.
단순히 포부와 배짱만 가지고 부산행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어센도벤처스는 지난달 모태펀드 운용사 한국벤처투자가 주관하는 ‘지역혁신 벤처펀드’ 출자사업 위탁운용사로 선정됐다. ‘동남권 지역혁신 부문’에 300억 원의 모태펀드 운용사 지위를 획득했다. 지역을 위한 투자금을 확보해 고향 부산으로 당당히 귀환하는 셈이다. 올 6월까지 펀드 조성을 마치면, 이름처럼 본격적으로 지역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어센도벤처스는 약 1400억 원의 자산으로 국내외 80여 개의 벤처기업에게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LS그룹, LB인베스트먼트, 제일기획 등에서 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그의 손이 닿는 것마다 대박을 터트렸다. 핀테크 분야 유니콘 ‘토스’의 초기 투자자로, 최고 재무관리자 역할까지 담당했다. 또 국내 기업으로 실리콘 밸리를 점령한 AI 애드테크 유니콘 ‘몰로코’의 가치를 알아보고 초기 투자와 시장 검증을 지원했다. 어센도벤처스에겐 ‘철학을 가진 VC’라는 세간의 평가가 뒤따른다. 이 대표는 “아무 이유 없이 감으로 투자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며 “투자의 가설을 세운 뒤, 리스크를 분석하고,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 투자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어센도벤처스의 부산 이전은 ‘유니콘’이라는 스타트업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표는 “시나 기관만의 지원으로는 기업의 성장에 한계가 뚜렷하다”며 “경험 있는 VC의 투자 파트너들이 어떻게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부산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져올 생각이다. 플랫폼 시대가 저물고 있는 상황에서 전 산업의 변화 과정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것을 요구했다. 특히 이 대표는 “교수 등 전문가에 의한 창업 등 전문화된 영역이 각광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부산이 지니고 있는 전통적인 산업에 기반한 AI 경량화 등 핵심기술, 차세대 이차전지, 핵융합 삼중수소와 같은 신에너지 등 과학기술 분야의 딥테크 기업이 결국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산을 바꾸겠다는 이상을 가지고 수익이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스마트하게 달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